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전 부인 매켄지 스콧은 지난해 이혼 후 잇따라 ‘통 큰 기부'를 이어오며 주목을 받았다. 세계 18위 부자인 그녀는 올해에만 6조 50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쾌척했다. 그런데 액수만큼이나 눈길을 끈 것이 또 있다. 기부의 패러다임을 바꾼 남다른 ‘기부처’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전처 매켄지 스콧. /AP 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 시각) 스콧의 기부가 많은 사람이 들어보지 못한 대학들을 향했고, 그 결과 소수인종·저소득층·지방 학생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현재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스콧은 전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고통받는 취약계층을 위해 지난 4개월간 42억 달러(약 4조 5885억원)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그는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 자문단과 함께 푸에르토리코와 미국 전역에 걸쳐 384개 단체를 골라 기부했는데, 6500여 개의 단체·지역을 검토해 그 가운데 식량 부족과 인종 불평등, 빈곤율이 심한 곳을 선별했다고 한다. 스콧은 “코로나 대유행을 겪으며 억만장자들의 부는 상당히 늘어난 반면 여성과 유색인종, 빈곤층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억만장자 자선가들이 이미 돈이 많은 아이비리그와 엘리트 사립학교에 기부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NYT는 전했다. 전직 뉴욕시장이자 대형 미디어그룹 블룸버그 LP 창립자인 마이클 블룸버그는 모교인 존스홉킨스대에 18억 달러(약 2조원)를 기부했다.

피지워터와 POM 원더풀 등 다수 기업을 소유한 억만장자 부부 스튜어트·린다 레즈닉 부부는 환경지속 가능성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캘리포니아공대(Caltech)에 7억 5000만 달러(약 8200억원)를 기부해 LA카운티 최고 기부액 기록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스콧이 이번에 기부한 대학 중 이른바 ‘명문대’는 없다. 텍사스주(州) 프레리뷰A&M 대의 루스 시몬스 총장은 “지금까지 대학이 받아봤던 기부금으로는 최고 액수에 깜짝 놀라서 몇 번이나 되물었다”고 했다. 스콧은 이 대학에 5000만 달러(약 547억원)를 기부했다.

프레리뷰 A&M대는 텍사스 최초의 흑인 고등교육기관으로, 과거 미국에서 인종분리 정책이 시행되던 시절 흑인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설립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시몬스 총장은 “스콧이 사용처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입은 학생들을 즉시 지원할 수 있었다”고 했다.

뉴욕 리먼 칼리지도 3000만 달러를 받았다. 이 기관 토니 먼로 총장은 기부금 일부를 인종과 성 평등, 코로나로 인한 피해 구제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데 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스콧이 이번 기부로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가 기부한 기관이 봉사하는 지역사회는 일반적으로 돈이 많지 않지만 욕망과 근성, 에너지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스콧은 이를 비롯해 미국 원주민과 여성, 시골 학생들을 교육하는 대학 12곳에 기부했다. NYT는 이런 대학들에 2000만 달러를 기부하는 것은 하버드나 예일대에 몇 배 많은 돈을 주는 것만큼의 가치를 지닌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7월에도 인종차별 철폐·성평등·보건·환경 등 분야에 17억 달러(약 1조 8500억원)를 기부한 바 있다. 그가 올해 쾌척한 기부액은 6조 5000억원에 이른다. 록펠러 자선자문단 CEO인 멜리사 버먼은 “살아있는 개인이 매년 기부한 것 중 가장 큰 규모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제프 베이조스(왼쪽) 아마존 최고경영자와 전 부인 매켄지 스콧.

스콧은 지난해 베이조스와 이혼하면서 합의금으로 베이조스가 보유한 아마존 주식의 25%(아마존 전체 주식의 약 4%)를 받아 단번에 부호가 됐다. 이는 당시 주가 기준으로 356억달러(약 39조원)였다.

그는 현재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세계 18위 부자다. 7월 기부 사실을 밝혔을 당시 블룸버그 억만장자 주가 기준 스콧의 재산은 593억 달러(약 64조8000억원)였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재산이 628억달러(약 68조7000억원)까지 뛰었다.

스콧은 워런 버핏과 빌·멜린다 게이츠 부부의 주도로 2010년 시작된 기부 캠페인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에 지난해 동참했다. 그는 “금고가 텅 빌 때까지 나누고 베풀겠다”며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기로 공개 서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