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흑인 남성이 안면 인식 AI(인공지능) 오류로 인해 도둑 누명을 썼다며 경찰과 시 당국을 고소했다.

안면 인식 AI(인공지능) 오류로 인해 도둑으로 몰려 부정하게 체포됐다며 경찰과 검찰 당국을 고소한 니지어 파크스씨. /트위터

29일(현지 시간) 미국 N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뉴저지주 패터슨의 한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흑인 니지어 파크스(33)씨는 자신을 도둑으로 오인해 체포하고 수감한 경찰과 시 당국을 허위 체포·시민권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찰은 한 흑인 남성이 여관 내 상점에서 사탕을 훔쳤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범인은 정중한 사과와 함께 테네시 주에서 발급된 운전면허증을 내밀었다. 그런데 경찰이 전산망을 통해 면허증을 조회한 결과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 자리에서 경찰이 범인에 수갑을 채우려 하자 범인은 경찰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차를 타고 도주했다.

다음날 경찰은 운전면허증 사진의 인물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안면인식 AI를 통해 신원을 확인한 결과, 마약 판매 혐의로 2회 체포된 바 있는 파크스 씨가 운전면허증 사진의 인물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크스 씨는 체포돼 구치소에서 열흘을 보냈다.

하지만 그에게는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사건 발생 당시 현장에서 48k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송금한 기록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파크스 씨는 무혐의 처리돼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그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나는 차를 갖고 있지도 않았고 운전 면허증도 없었다”며 “범인과 나는 전혀 닮지 않았다. 비슷한 점이라면 수염이 있다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AI라는 최첨단 과학이 인종차별이라는 구시대적 편견과 결합됐다는 점에서 미국 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파크스 씨는 안면인식 기술로 인해 잘못 체포된 세번째 인물”이라며 “공교롭게도 세 명 모두 흑인”이라고 전했다. 올해 1월에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사는 흑인 로버트 윌리엄스 씨가 안면인식 AI로 인해 상점에서 물건을 훔친 용의자로 지목돼 30시간 구치소에 갇혀 있었는데, 최종적으로는 무혐의 결정을 받았다.

NYT는 “2019년 100개 이상의 안면 인식 알고리즘에 대해 전국적인 연구를 시행한 결과, 흑인과 아시아인 얼굴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네이선 웨슬러 미국시민자유연합 변호사는 “파크스 씨의 체포는 안면인식 기술이 얼마나 인종차별적이고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