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추진 항공모함인 니미츠호 /미 해군 제공

미 국방부가 돌연 이란 앞바다에 배치했던 항공모함의 귀환을 지시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이란 군부 핵심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 1주년을 앞두고, 이란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페르시아만 지역에 전략 폭격기와 잠수함을 집중 배치하다 갑작스레 그동안이 움직임과 상반되는 지시가 내려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말기에 전쟁을 피하려는 의도로 예상되지만, 중요한 외교·안보 결정이 즉흥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각) 이란을 향해 군사적 근육을 보여주던 미 국방부가 갑자기 이란 근해에 배치됐던 항공모함 니미츠호에 미국으로 돌아오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명령은 크리스토퍼 밀러 국방장관 대행이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 말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위기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긴장 완화 조치로 이 같은 명령이 내려졌다고 했다. ‘끝없는 전쟁의 중단’을 약속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말에 갑작스런 전쟁 돌입을 막기 위해 국방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명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가를 거친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지난해 1월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가셈 솔레이마니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솔레이마니의 사진을 들고 "미국에 죽음을"이란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솔레이마니 피격 지점. /EPA 연합뉴스

미국은 그동안 솔레이마니 제거 1주년을 맞아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중동 지역에 병력을 집중 배치했다. 미국은 지난해 1월3일 이란 군부 핵심으로 미국에 대한 게릴라식 공격을 배후 조종했던 솔레이마니를 드론으로 제거했다. 이란 강경파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내 민병대 등이 솔레이마니의 사망 1주년을 맞아 미국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최근 걸프 지역에 항공모함과 잠수함, B2 폭격기 등을 중동에 집중 배치했다. 미군은 특히 거의 10년만에 처음으로 토마호크 미사일을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 조지아호의 이란 근해 배치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 국방부의 갑작스런 항공모함 철수 결정은 중동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와 미 합참과도 제대로 협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케네스 매켄지 중부군 사령관이 이 같은 결정에 놀랐다고 전했다.

NYT는 전문가를 인용해 미 국방부의 이 같은 결정이 지난 대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철수에 반대하며 자신에게 반기를 든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을 경질한 뒤, 충성파들로 국방부를 채우면서 생긴 미숙하고 혼란스러운 의사결정을 보여주는 사례 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최근 임명된 국방부 관리들은 니미츠호의 배치가 가져올 억지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란과 이라크 민병대의 미군에 대한 공격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미 정보분석가들은 최근 며칠 동안 이란 공군과 해군 등의 경계태세가 강화됐고, 많은 단거리 미사일과 드론이 이라크로 이동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이것이 이란의 미군에 대한 공격 준비인지, 아니면 미군의 공격에 대비한 방어 강화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이날 성명에서 “오늘날 (만반의 준비로) 어떤 (군사적) 걱정도 없다”며 “우리는 전장에서 우리의 마지막 말을 적들에게 전하게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