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1시(한국시간 7일 오전 3시)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 회의는 각주가 선출한 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를 개표한다. 50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선출한 선거인단 538명은 12월14일 각 주도(州都)에서 투표했고, 6일 절차는 이를 인증하고 개표하는 자리다. 각주 선거인단은 거의 모두 법에 따라 대선 결과대로 투표해야 해, 통상 대통령 당선인에게 6일 행사는 1월 20일 취임식 전에 거쳐야 할 마지막 ‘통과 의례’에 불과하다. 그러나 주요 접전(接戰)주에서 ‘바이든 승리’를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일부 의원들에게 이 날은 이들 주의 대선 결과 인증과 선거인 투표 결과를 반대할 수 있는 최후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미 공화당 하원의원 100여 명과 상원의원 12명이 6일 몇몇 주의 대선 결과 인증에 ‘반대(objection)’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제 117대 미 연방의회 하원을 구성하는 공화당 지도부와 초선의원들이 의사당 건물 동쪽 계단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초선 의원 중 상당수는 6일 선거인단 개표때 몇몇 주의 대선 결과 인증 및 선거인 투표 결과에 반대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AFP 연합뉴스

◇상·하원 각 1명이 인증에 ‘반대’해야 성립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상원의장으로서 이날 봉함된 나무 상자를 열고, 각주의 대선 결과 인증서와 선거인 투표 결과를 ‘개표원(tellers)’에게 넘겨준다. 양당(兩黨) 상·하원의원으로 구성된 개표원들은 앨라배마 주부터 알파벳 순서로 인증서와 선거인 투표 결과를 “형식에 있어서 정상적이고 진실된 것으로 보인다”며 크게 읽는다. 이후 펜스는 바이든과 트럼프가 득표한 선거인단 수를 합산해 대선 승자를 최종 발표하게 된다. 현재 바이든 306표, 트럼프 232표다.

그러나 주별 선거인 투표 결과 발표 때에, 하원의원이 한 명이라도 반대를 제기하고 상원의원 한 명이 이에 동의해 서명으로 반대문서를 제출하면 상원과 하원은 각각 나뉘어 최대 2시간 토론하고 그 주의 선거인 투표 결과를 수용할지 투표하게 된다. 양원(兩院) 모두 출석 과반수로 ‘반대’하면, 그 주의 대선 결과 인증 및 선거인 투표 결과는 거부된다.

◇선거인 투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해

지금까지 선거인단 개표 행사는 의사당 직원들이 상·하원의원들에게 출석을 종용할 정도로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엔 루이 고머트(텍사스)를 비롯한 공화당 하원의원 100여 명이 바이든이 이긴 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5개 주의 대선 투표 결과를 ‘반대’하겠다고 누차 밝혔다. 또 조시 홀리(미주리)를 비롯한 공화당 상원의원 12명도 반대 요청에 동의하겠다고 밝혔다. 반대문서 제출과 토론은 주별로 건건이 진행돼, 실제로 공화당 상원의원이 한 명이라도 하원의 ‘반대’에 동참하면 6일 선거인단 개표 절차는 매우 길어질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주의 대선 결과 인증 및 선거인 투표 결과가 거부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새로 구성된 제117대 미 의회에서도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다. 또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대대표와 지도부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하원의 ‘반대’에 결코 동의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다. 실제 투표를 해도 양원(兩院) 모두 ‘반대’는 부결될 것이란 얘기다.

2001년 1월 6일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이자 부통령이었던 앨 고어가 조지 W 부시 271표, 고어 267표로 부시의 대선 승리를 최종 발표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당시 하원의장인 데니스 해스터트.

◇대선에서 진 정당의 하원의원들은 늘 ‘반대’ 제기해

조지 W 부시(공화)와 앨 고어(민주)가 붙은 2000년 대선 결과를 인증하는 2001년 1월의 선거인단 개표 이래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의 하원의원들은 개별 주의 인증 결과에 ‘반대’했다. 하지만 ‘상징적인’ 행위였고, 실제로 상원의원도 이에 동의해 토론과 상·하원 투표까지 치른 경우는 2005년을 포함해 미 역사상 딱 두 번 있었다. 결과는 모두 ‘부결’이었다. 2005년 선거인단 개표 때,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2004년 대선에서 오하이오주에서 “비(非)정상적인 투표 행위가 있었다”고 문제 삼았고 바버라 박서 상원의원(민주)이 동의해 반대 문서를 제출했지만 투표에서 무산됐다.

◇상원의장 앨 고어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선거인단 개표 주관

플로리다 개표 결과를 놓고 공화·민주 양당이 첨예하게 붙었던 2000년 대선 결과를 인증하는 2001년 선거인단 개표 절차는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앨 고어 부통령이 주관했다. 그때도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플로리다주의 대선 인증을 ‘반대’했지만, 앨 고어는 이를 무시하고 조지 W 부시의 선거인단 득표 결과를 발표했다. 트럼프가 이긴 2000년 대선 다음해의 선거인단 개표 때에도,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무려 11번이나 ‘반대’ 제기를 했다.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함께 동의할 상원의원 한 명이 없느냐”고 했지만, 상원에선 동의가 없었고 당시 부통령 조 바이든은 신속하게 트럼프의 승리를 확정했다.

2017년 미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열린 선거인단 개표 행사에서, 당시 조 바이든 부통령(민주)이 "더 이상 토론은 없다, 이제 끝났다"며 일부 민주당 의원들과 방청객들의 항의를 의사봉을 두드려 묵살하며 트럼프의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AP

◇펜스 부통령·상원의장의 역할은

펜스로서는 바이든의 최종 승리를 발표해야 하는 어색한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최근 앨 고어와 조 바이든도 겪었다. 5일 있을 조지아주 상원의원(2명) 결선 투표 결과는 6일까지 나오지 않아, 현재 상원의 공화·민주 의석 수는 50대 48이다. 하지만 이미 상원의 공화당 지도부는 바이든을 대통령 당선인으로 인정한 상태다. 상원 공화당의 2인자인 존 툰 의원은 미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어떠한 시도도 “총에 맞아 안락사한 개처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親)트럼프 성향이 강한 공화당 의원들은 펜스에게 특정 주의 대선 결과를 거부하는 등 보다 확대된 의장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라고 주문하지만, 펜스는 자신의 정치적 야망에 큰 오점(汚點)이 될 수도 있는 무리수를 두려고는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