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 폭도들이 6일 오후 미 의회의사당을 휘젓고 다니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몇몇 최측근과만 이를 TV로 보면서 선거인단 개표 과정이 무산될 수 있다는 생각에 “거의 흥분 상태였고” “완전히 괴물(a total monster) 같았다” “미쳤다”고, 워싱턴포스트와 CNN 방송 등이 백악관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리고 이날 선거인단 개표 절차의 의장을 맡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자신을 배신했다는 생각에, 종일 분노를 참지 못했다. 트럼프는 줄곧 상원의장인 펜스 부통령이 일부 접전주의 바이든 승리 선거 결과를 거부해야 한다는 위헌(違憲)적 요구를 했다.
◇”트럼프, 펜스 배신에 분노...종일 괴물 같았다”
친(親)트럼프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한 이날 오후와 저녁, 트럼프는 마크 메도우 백악관 비서실장과 댄 스캐비노 부(副)실장, 스티븐 밀러 정책 고문, 조니 매켄티 백악관 인사국장 4명과만 모여 TV를 지켜봤다. 종일 화내고 흥분했다. 트럼프는 폭도들의 의사당 난입에, 선거인단 개표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품고 흥분했다. 동시에 온통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생각에 현실을 직시(直視)할 수 없었다. ‘벙커 멘털리티’였다.
그가 이날 최대 분노를 쏟아 부은 대상은 펜스였다. 트럼프는 “내가 이 자를 정치적 사망에서 구해줬고, 그를 만들었는데, 내 등 뒤에서 칼을 꽂다니”라고 흥분하고 욕했다. 2016년 인디애나 주지사였던 독실한 크리스천인 펜스는 성(性)소수자의 권리 확대에 반(反)하는 ‘종교적 자유 복원 주법(州法)’에 서명해, 주지사 재선 가능성이 매우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트럼프에 발탁됐다. 트럼프는 참모들에게 펜스의 비서실장 마크 숏은 “백악관에 발도 못 들여놓게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심지어 펜스가 폭도들을 피해 의사당 내에서 피한 시점에, 트럼프는 “펜스가 (부정 선거 결과를 거부할) 용기를 갖추지 못했다”고 비난하는 트윗을 내보냈다. 그러자 이를 본 트럼프 지지자들은 의사당 내 폭도들에게 ‘펜스를 찾아라’를 트윗 수십 건을 날렸다. 한 행정부 관리는 “완전히 괴물 같은 행동이었다”고 했고, 또 다른 관리는 “미쳤고, 도를 넘었다”고 포스트에 말했다.
◇트럼프 “우리 쪽 사람들은 폭력배 아냐”
그는 측근들에게 계속 “사람[폭도들] 대부분은 평화적이야. 작년 여름 (흑인인권 개선 시위) 폭동은 어땠는데? 그때는 폭동을 일으켜도 아무도 뭐라 안 했잖아. 우리 쪽 사람들(my people)은 평화적이야. 폭력배(thugs)가 아니야”라고 했다.
트럼프는 6일 의사당 폭동 상황에 대처할 어떤 말이나 행동도 하기를 거부했다. 한 백악관 참모는 “온통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생각에 큰 그림을 볼 수 없었다”고 했다. 한때 트럼프를 도왔던 전직 관리들과 지지자들이 “당장이라도 집무실에 앉아 폭동을 규탄하라” “그들은 당신 말만 듣는다. 우리나라를 위해 당장 이 사태를 규탄하라”고 트윗했지만, 트럼프는 처음엔 거부했고 폭도들에게 의사당을 떠나라고 촉구하기까지 매우 느렸다.
백악관 참모들은 폭스뉴스 TV와 전화 인터뷰를 주선했지만, 트럼프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거부했다. 참모들을 겨우 그를 설득해, 트위터로 ‘진정 촉구’하는 동영상 메시지를 내보내기로 하고 발언 내용을 작성해줬다. 그러나 트럼프는 여기서도 참모들이 한사코 반대했던 ‘부정 선거’ 주장을 제멋대로 넣었다. 결국 트위터 동영상 메시지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트위터도 그의 계좌를 폐쇄했다. 참모들의 협의 끝에, 트럼프는 7일 한밤중 바이든 승리를 인정하는 성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