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67년만에 여성 죄수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2004년 스물 세살의 임신부를 살해하고 뱃속에 있던 8개월된 태아를 훔친 혐의로 기소돼 사형이 확정된 리사 몽고메리(50)에 대한 사형이 13일 오전(현지 시각) 미 인디애나주 테레 호테 연방교도소에서 집행됐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몽고메리는 이날 오전 1시 13분에 사망이 확정됐다. 그는 집행 전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물음에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몽고메리는 2004년 12월 미 미주리주 스키드모어에서 출산을 두 달 앞둔 스물 세살의 임신부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뒤 복중 태아를 꺼내 달아났다 경찰에 체포됐다. 납치됐던 아이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고 아버지 품에 안겼다. 몽고메리는 임신부를 살해하고 탈취한 아이를 자신의 아이인 양 속이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해 7월 여성과 노약자를 상대로 흉악범죄를 저지른 장기 사형수에 대한 연방 정부 차원의 사형 집행을 재개 방침을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에만 10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몽고메리에 대한 형 집행 계획은 10월 발표됐다.
그는 사형 집행이 예고된 어느 죄수보다도 주목받았다. 67년만에 형장에 서게되는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계부 등에게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하고 매춘을 강요당했으며 정신·육체적으로도 학대받았던 불행한 개인사가 조명되면서 미국 안팎에서 구명 움직임이 일어났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지난달 미국 정부에 “몽고메리에 대한 관대한 처분을 요구한다”는 인권전문가들의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유엔 인권전문가들은 “일생을 통해 몽고메리는 끔찍한 신체적·성적 학대를 겪었지만, 학교나 경찰, 지역사회로부터 이에 상응한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던 피해자”라며 미 정부의 사형 집행에 반대했다.
미국 내에서도 몽고메리에 대한 사형 집행 방침을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가정 폭력 문제를 다른 책 ‘눈에 보이는 멍은 없다(No Visible Bruises)’를 쓴 작가 레이철 루이스 스이더는 지난 18일 뉴욕타임스에 ‘구타에 이은 구타, 강간에 이은 강간이 살인범을 만들었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싣고 “리사 몽고메리에 대한 사형 집행은 정의롭지 못한 것 중에서도 가장 정의롭지 못한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리사 몽고메리에 대한 형집행이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앞서 지난해 12월 형 집행이 예정돼있던 몽고메리는 변호인의 코로나 감염 등으로 집행이 두 차례 연기됐다. 이 때문에 오는 20일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에 무기징역으로 감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바이든 당선인은 선거운동당시 사형집행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퇴진을 엿새 앞두고 몽고메리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몽고메리의 변호인이었던 켈리 헨리 변호사는 이번 형 집행을 “잔인하고, 불법적이고 불필요한 전제권력의 남용”이라고 강력히 비난하면서 “이번 형 집행에 참여한 모든 이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