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사를 관통하는 주제는 통합(unity)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로 상징되는 미국 사회의 극심한 분열을 치유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4년 전 취임사에서 미국과 세계를 살육(carnage)과 황폐(disrepair), 슬픔(sad)이 흐르는 곳으로 묘사했던 것과도 비교된다.

론 클레인 바이든 당선인 비서실장 내정자는 17일(현지 시각) CNN방송과 인터뷰하며 바이든이 20일 취임식에서 내놓을 취임사와 관련해 “바이든 당선인이 지난 4년간의 분열과 증오의 장을 넘기고 미국을 위해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비전을 펼쳐 놓으려고 노력하는 순간을 기대해도 좋다”며 “미국을 전진시키는 메시지이며 통합의 메시지, 일을 해내자는 메시지”라고 했다.

백악관 공보국장 내정자인 케이트 베딩필드도 이날 폭스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의 취임사에 대해 “분열과 증오를 뒤로하고 국가를 위한 긍정적·낙관적인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며 “당선인은 통합된 미국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거대한 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바이든의 구체적 연설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바이든은 연설에서 화려한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ABC 뉴스에 “바이든은 꾸밈없는 연설로 더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의사당 앞에서 무기점검하는 군인들 -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을 사흘 앞둔 17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 파견된 주 방위군이 의사당 앞에서 무기를 점검하고 있다. 20일 취임식에는 주 방위군 2만5000명이 테러나 소요 방지를 위해 투입된다. /AFP연합뉴스

과거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사에 나왔던 “조국이 당신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묻는 대신 당신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라”는 문구나,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했던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와 같은 거창한 말들은 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이런 역사적인 문구들은 사람들의 뇌리에 박혔지만, 정작 당시 대통령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국민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지난해 11월 7일 대선 승리 연설 때도 “우리 국민(We the People)의 승리”란 말로 시작하며 통합을 강조했다. ‘우리 국민’은 미국 헌법의 첫문장을 시작하는 말로, 미국이 민주주의 국가임을 상징하는 말이다. 그는 당시 15분간의 짧은 연설에도 우리(we)란 표현을 43번 사용했다.

총들고 행진하는 트럼프 지지자들 - 미국 미시간주 랜싱시의 주(州) 의사당 앞에서 17일(현지 시각) 친트럼프 성향 무장 단체가 소총을 들고 집회를 벌이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취임식이 열리는 20일을 전후해 무장 시위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대선 승리 연설에 이어 취임 연설까지 지속적으로 ‘통합’을 강조하는 것은, 바이든이 트럼프 대통령 집권 시기 심화된 분열을 봉합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승리 연설에서도 “갈등 후에는 반드시 치유의 시기가 온다”며 자신의 의무가 통합과 치유란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4년 전 취임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세계 여러 나라의) 미국인에 대한 ‘살육’은 반드시 멈춰야 한다”며 “너무 오랫동안 워싱턴의 일부 권력자만 보상을 챙겨갔고, 국민은 어려워지기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워싱턴으로부터 바로 당신(국민)에게 권력이 넘어가는 날”이라고 했다. 기존 정치인들을 부패 세력으로 몰아세우고, 자신의 지지층과 편 가르기를 하는 선동적 연설을 한 것이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의 취임 연설에 대해 “희망과 화합 대신 의구심과 분열을 부채질했다”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