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연합뉴스 미국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가운데 가장 높은 건물) 꼭대기에 19일(현지 시각) 코로나 바이러스 사망자를 추모하는 붉은색 조명이 켜져 있다. 이날 미국의 코로나 사망자는 40만명을 넘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재택근무 등이 늘면서 뉴욕·샌프란시스코 등 집값이 비싼 대도시를 떠나 교외로 가는 미국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미국 뉴욕 경제 중심지 로어맨해튼 지역의 76층짜리 초호화 아파트 ‘비크먼 타워’의 공실률이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26%에 달했다. 비크먼 타워는 월세가 평수에 따라 적게는 2213달러(약 243만원)에서 많게는 1만9000달러(약 209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주거 단지다. 2014년에는 공실률이 1% 미만이었고, 2019년 말까지만 해도 2%에 불과했는데 1년 만에 급증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 맨해튼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위기에 봉착했다”면서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여파로 젊고 부유한 전문직들이 뉴욕의 비싼 월셋집을 포기하고 교외로 가거나, 다른 도시로 이주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미국인들이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를 떠나고 있다. WSJ는 뉴욕의 경제 중심지인 로어맨해튼과 미드타운 지역에 초고층 아파트 짓기 붐을 일으킨 주역인 비크먼 타워가 텅 비어가는 상황이 상징적이라고 했다. 현재 비크먼 타워는 치솟는 공실률 탓에 “1년치 월세에서 3개월치를 빼주겠다”며 세입자 구하기에 나섰다.

미국인들이 뉴욕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가 확산하자 회사 근처인 시내 중심부에 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공연장과 식당 등이 문을 닫으면서 비싼 월세를 내고 뉴욕에 살아야 하는 장점도 줄었다. 더 싼 집을 찾아 도시에서 교외로 가는 것이다.

뉴욕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의 샌프란시스코도 ‘도심 탈주(exodus)’ 현상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애플·구글·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IT 기업 본사가 밀집한 이곳은 IT 분야 종사자들이 몰리면서 미국에서 월세가 가장 비싼 도시로 꼽힌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높은 월세를 내야 하는 샌프란시스코를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작년 말 샌프란시스코시 전체의 공실률은 16.7%를 기록했다. 2019년보다 1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뉴욕타임스(NYT)는 “테크 기업에 종사하는 고소득 전문직들이 천문학적인 월세, 높은 세율을 감내하지 않고 도시를 떠나고 있다”고 했다. 대신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조지아나 소득세를 적게 낼 수 있는 텍사스 오스틴, 플로리다 마이애미 등이 각광받는다고 한다. 지난달 초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벤처캐피털 회사 ‘파운더즈 펀드’ 창업자 딜리언 아스퍼루브가 “얘들아, 실리콘밸리를 마이애미로 옮기면 어떨까?”라고 쓴 트윗에 마이애미 시장이 “어떻게 도우면 될까요?”라고 답글을 다는 일도 있었다.

‘대도시 엑소더스’ 여파로 미국 주요 도시 월세는 급락했다.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의 월세는 여전히 미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1년 만에 약 20%가량 떨어졌다. 미국 부동산 정보 사이트 ‘줌퍼’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의 방 1칸짜리 아파트 월세 평균은 각각 2660달러(약 292만원), 2410달러(약 265만원)였다. 작년 1월보다 각각 24%, 20%씩 낮아진 것이다. 반면 뉴욕 외곽의 뉴저지 뉴어크의 월세는 작년 1월 대비 30%가량 상승했다. 줌퍼는 뉴욕에서 교외 지역인 뉴어크로 빠진 인구로 인해 뉴어크의 월세가 급상승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