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군은 2007년 4월 세계 최초로 군 e스포츠 팀인 ‘공군 ACE(Airforce Challenges e-Sports)’를 창단해 2014년까지 운영했다. 당시 엄청난 팬덤을 몰고 다니던 프로게이머들을 특기병으로 선발해 군 생활과 선수 생활이 가능하게 했다. ‘공군 ACE’는 ‘세계 최초의 군대 프로 게임단’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공군의 이 같은 시도는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군의 이미지를 개선했다는 호평도 있었지만, 군의 존립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e스포츠를 병영생활에 적극 활용했던 한국 공군의 안목이 시대를 앞서간 선견지명이었던 것일까. 미국 공군과 우주군이 e스포츠리그를 창설했다.
미 공군·우주군은 “올 봄 모든 전세계에서 복무중인 에어멘(미 공군)과 가디언스(미 우주군)가 참가할 수 있는 에어포스게임리그(Air Force Gaming League·AFGL)가 첫 공식 시즌을 시작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아직 이름이 낯선 우주군은 2019년 육군·해군·공군·해병대·해안경비대에 이어 여섯번째 정규군으로 창설됐다. 공군 우주사령부를 확대·개편에 별도의 우주군으로 창설했기 때문에 공군과 우주군은 한 가족과 같은 사이다.
지난해 11월~12월 치른 시범리그에는 600여명의 장병이 200여개의 팀을 이뤄 참가해 솜씨를 겨뤘다. 계급, 나이, 병과 등 ‘타이틀’을 떼고 진정한 게임의 강자를 겨루게 될 전망이다. 리그에서 겨룰 종목으로 ‘콜 오브 듀티:블랙 옵스 콜드 워’, ‘리그 오브 레전드’, ‘로켓 리그’가 확정됐으며, 이외에도 대중적 인기가 높은 게임들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장병들이 게임을 하고, 게임 관련해 채팅을 나눌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디스코드’도 구축됐다.
한국 공군이 운영했던 게임단 ACE가 프로게이머들이 선수생활을 하는 전문 스포츠팀이었다면, 미 공군의 AFGL은 아마추어 군 장병들이 참가하는 일종의 병영 체육이다. 성격은 다르지만, 온라인 게임을 통해 군의 사기를 진작시킨다는 본질적인 공통점이 있다. 미 공군과 우주군은 장병 생활 실태 조사를 통해 18세~34세 사이 젊은 장병들의 86%가 온라인 게임을 즐긴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나이와 계급, 출신 배경이 제각각인 장병들이 게임이라는 공통분모를 팀워크를 다지며 단결과 화합을 이룰 수 있다고 봤다. AFGL측은 “게임으로 실력을 겨루면서 미국 본토와 전세계에서 복무하는 장병들이 친분을 다지고 정신적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해주는 구심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도 영향을 끼쳤다. 공군 시스템 사령부 소속 마크 아데어 대령은 “최근 젊은 장병들은 일주일에 4~10시간씩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야외 활동이 엄격히 제한된 상황에서 모두가 참여하는 온라인 게임 리그는 공군·우주군 장병들이 즐거움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해방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공군과 우주군은 온라인 게임을 통해 장병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단합, 그리고 전력 향상이라는 일석삼조를 노리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공군과 우주군 병사들의 주요 임무인 관제·통신 분야 업무가 일의 특성상 게임과 유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