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19일(현지 시각) 상원 외교위 인준청문회에 출석한 모습. 그는 이때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접근법은 옳았고 전략은 틀렸다"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상원 인준을 받아 취임한 첫 날인 26일(현지 시각) 한·일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한·미·일 협력을 강조했다. 최근 법원의 위안부 배상 판결로 한·일 관계가 최악이란 평가를 받는 가운데,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한·일 관계가 한·미 간의 중요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오늘 대한민국의 강경화 외교장관과 통화했다”며 “통화에서 두 장관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 전역의 평화, 안보, 번영의 핵심축(linchpin)인 한·미 동맹의 영속력과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블링컨 장관이 “지속적인 미국-한국-일본 삼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북한 비핵화의 계속적인 중요성과 미국의 동맹을 강화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를 강조했다”고 밝혔다.

Secretary of State Antony J. Blinken spoke today with Republic of Korea (ROK) Foreign Minister Kang Kyung-wha. During the call, the Secretary and the Foreign Minister affirmed the enduring strength and importance of the U.S.-ROK Alliance, the linchpin of peace, security, and prosperity for a free and open Indo-Pacific region and across the world. Secretary Blinken highlighted the importance of continued trilateral U.S.-ROK-Japan cooperation, underscored the continued need for the denuclearization of North Korea, and stressed President Biden’s commitment to strengthening U.S. alliances.
https://www.state.gov/secretary-blinkens-call-with-rok-foreign-minister-kang/

앞서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 통화한 사실을 먼저 공개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두 장관이 “미·일 동맹이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 전역의 평화, 안보, 번영의 주춧돌(cornerstone)이란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어 “블링컨 장관은 지속적인 미국-일본-한국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국의 동맹을 강화하며 세계에 다시 관여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을 강조했다”고 했다.

Secretary of State Antony J. Blinken spoke today with Japanese Foreign Minister Toshimitsu Motegi. During the call, the Secretary and the Foreign Minister affirmed that the U.S.-Japan Alliance is the cornerstone of peace, security, and prosperity for a free and open Indo-Pacific region and across the globe. Secretary Blinken highlighted the importance of continued U.S.-Japan-Republic of Korea cooperation and stressed President Biden’s pledge to strengthen U.S. alliances and engage with the world again.
https://www.state.gov/secretary-blinkens-call-with-japanese-foreign-minister-motegi/

국무부가 내놓은 한·미, 미·일 외교장관 통화의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대중 견제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에서 쓰기 시작한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이란 개념을 계속 사용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삼각협력이 미국의 국익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이란 공동의 도전 앞에 한·일이 분열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 것이다. 강 장관과의 통화에서 ‘북한 비핵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는 하지만, 순서상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과 ‘한·미·일 삼각 협력'이 먼저 나온다. 미국 외교의 우선순위는 북한보다 중국과의 경쟁, 이를 위한 동맹의 규합에 있다고 볼 만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