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주는 미국에서 발전량이 가장 많은 주다. 두 번째로 많은 플로리다의 배(倍)에 달한다. 석유·석탄·천연가스 매장량이나 풍력 발전량도 미국 최대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41%, 천연가스의 25%, 미국 전체 풍력 발전량의 28%가 텍사스에서 나온다. 그런 텍사스가 100년에 한번 올 법하다는 북극발 한파(寒波)에 완전히 꽁꽁 얼어붙었다. 한때 400여만 가구가 암흑과 영하 15도의 기온에 갇혔고, 지금도 언제 정상화된다는 기약도 없이 200만~250만 가구씩 지역별 전력차단(rolling blackout)을 하고 있다. 함께 한파의 영향을 함께 받는 인접 주들과 비교해도, 피해가 비교가 안 된다. 어떻게 미국의 ‘파워하우스’가 이렇게 당할 수 있었을까. 미국 에너지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렇다.
◇풍력·천연가스관·석탄 발전 모두 내한(耐寒) 장치 없어
텍사스 주 발전량의 23%는 풍력이 차지한다. 이 풍력 터빈과 부속부품 대부분이 이번 한파로 얼어붙었다. 그래서 미 공화당 주지사인 그렉 에보트는 기자회견에서 “풍력·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재앙을 불렀다”며, 화석연료의 확대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진짜 원인을 빗나간 지적이다. 텍사스보다 겨울이 추운 덴마크나 아이오와 주는 오히려 더 많은 비율의 전력을 풍력에서 얻는다.
텍사스는 기본적으로 겨울에도 미국 다른 주에 비해 덜 춥다 보니, 풍력 터빈은 물론 천연가스·석탄 발전기에도 고(高)비용이 들어가는 내한·동결 방지 장치를 갖추지 않았다. 정상적인 겨울 기온에선 합리적인 결정이었지만, 1933년에 이어 근 90년만에 몰아친 기록적인 한파엔 모두 타격을 입었다. 에보트 주지사도 트위터에 “전력 기업들의 동결된 발전시설에선 천연가스·석탄 발전시설이 포함되며, 모든 종류의 전력 원천이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텍사스에서 천연가스 발전 비중은 전체 전력량의 40%, 석탄은 18%로, 겨울철 풍력 발전(7%)보다 크다. 라이스대의 환경공학 교수인 댄 코헌은 “전력 책임자들이 풍력 과잉 의존을 탓하는 것은 책임을 피하려는 핑계”라고 말했다. 프린스턴대의 에너지 정책 교수인 제시 젠킨스는 “지역마다 극단적인 조건을 고려해 전력 수급계획을 세워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이런 내한 장치는 발전시설의 비용을 높이게 된다”고 말했다.
◇텍사스는 북미 대륙 전체 전력망과 연결 없어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텍사스의 전력망(ERCOT·텍사스전기신뢰성위원회)이 긴급 상황 시 주간(州間)간 전력 거래를 근본적으로 할 수 없는 자급자족형 폐쇄 전력망이라는 점이다. 이는 텍사스가 의도한 것이었다. 캐나다·미국을 이루는 북미대륙의 전력망은 로키 산맥을 기준으로 캐나다 동부에서 플로리다까지 연결된 동부와, 캐나다 서부에서 멕시코의 바자 캘리포니아까지 연결된 서부 연결(Western Interconnection) 전력망으로 나뉜다. 각 전력망에 속한 발전기업들은 전력을 사고 팔 수 있고, 위기 시 공동 대응할 수 있다. 텍사스는 예외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2차 대전 와중에서, 미국 정부는 전투기·탱크·폭탄과 전시물자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 연방정부와 민간 발전기업들은 뿔뿔이 산재한 발전시설과 전력공급망을 서로 연결했다. 그리고 미 의회는 연방전력위원회(현재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를 설치해, 주간 에너지 거래를 관장하도록 했다. 텍사스도 주의 남북으로 갈라진 전력망은 연결했지만, 2개 시간대가 존재할 만큼 광활한 텍사스로선 생산된 다양한 에너지를 수요할 시장이 자체적으로 존재해 연방정부의 에너지 규제·관리를 거부한 것이다. 라이스대의 에너지·기술·환경 분야 교수인 줄리 A 콘은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텍사스 전력망은 지난 수십 년간 잘 작동했다. 미 동부가 1965년, 1977년, 2003년 순차적인 정전 사태를 맞았을 때에도, 텍사스 전력망을 규제하는 ERCOT는 자체 계획에 따라 이를 피할 수 있었고 재생에너지 투자도 활발히 진행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그러나 지금 같은 때에서 동부와 서부의 광대한 전력 연결망에서 전기를 수입할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됐고, 결국 단절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