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텍사스주의 한 주민이 지난 16일 눈을 치우고 있다. /AP 연합뉴스

최근 이례적 한파로 고통을 겪는 미 중남부 텍사스주(州) 주민들이 ‘전기 요금 폭탄’까지 맞게 됐다. 겨울철 온화한 기후인 이 지역에선 지난주 갑작스런 대규모 폭설로 정전 사태와 식수·식량난이 발생했다. 최대 2000만원까지 치솟은 전기 요금에 주민들이 ‘오중고(五重苦)’에 시달리게 되자 주 당국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 알링턴에 사는 타이 윌리엄스씨의 가족은 이달 1만 7000달러(1881만원)에 달하는 전기 요금 청구서를 받아들게 됐다. 그가 평소에 납부하던 전기료는 집과 게스트 하우스, 사무실을 아울러 월평균 660달러(73만원)가량이었다. 윌리엄스씨는 텍사스 지역방송인 WFAA에 “세상 어느 누가 이 같은 전기료를 낼 수 있느냐”고 말했다.

NBC 뉴스에 따르면 평소 125달러(14만원) 수준의 전기료를 내던 호세 델 리오씨는 3000달러(331만원)를 내게 됐다. 매도를 위해 내놓은 집에 한파 기간 수도관 동파를 막기 위해 난방기를 켰다가 이 같은 요금 폭탄을 맞은 것이다. 댈러스 인근에서 방 3개짜리 집에 사는 로이스 피어스씨 부부도 한파 기간 전기 요금이 1만달러(1100만 원)가 청구됐다. 20일(현지 시각) 미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텍사스주 일부 주민들에게 한 달 치 전기 요금으로 적게는 수백만에서 많게는 2000만원에 이르는 전기 요금이 부과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레 전기 요금이 치솟은 이유는 이들이 전기를 공급 받는 도매 전력업체의 변동 요금제 때문이다. ‘그리디’라는 이 업체의 변동 요금제는 전기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기록적인 한파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특히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전기 공급이 부족해지자 평소 메가와트시(Mhw)당 평균 50달러(5만5000원) 정도이던 요금이 9000달러(995만원) 수준까지 급등했다.

미 텍사스주 한 주민이 지난 19일 트위터에 올린 이달 1~18일 자신의 전기 요금 청구 내역. 그는 총 3801달러(420만원)의 요금을 청구받았다. 그는 트위터에서 “120㎡ 면적의 내 집에 대한 전기 요금 청구서로 이것이 공정한가"라며 "작년 한 해 동안 낸 요금이 1200달러(132만원)뿐이었다”고 밝혔다.


업체는 고객들에게 가격이 폭등할 수 있으니 고정 요금제가 적용되는 다른 전력 서비스를 이용할 것을 안내했지만, 상당수가 갑작스런 정전 사태에 다른 전력 업체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전기 요금 폭탄’에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텍사스주 당국은 조사에 착수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20일 “추위 속에서 수일간 고통을 겪은 주민들에게 전기 요금으로 타격을 받게 할 수는 없다”면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이례적 한파로 대규모 정전 등 피해를 본 텍사스주에 중대재난 선포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오클라호마 등 겨울 폭풍으로 큰 피해를 본 남부 주들에 비상사태를 승인했다. 이 중 상황이 가장 열악한 텍사스는 중대재난 선포에 따라 연방정부로부터의 지원이 더 늘어난다.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 거처 마련과 주택 수리 비용, 저금리 대출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