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군 사령부를 이끌 두 명의 여성 장군을 직접 발표했다. 미 국방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성 사령관 임명을 꺼릴 것으로 예상해 이들에 대한 인사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 여성의 날인 8일(현지 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재클린 반 오보스트(56) 공군대장과 로라 리처드슨(58) 육군중장을 각각 수송사령관과 남부사령관에 내정한다고 밝혔다.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이들은 미군 역사상 군 사령부를 지휘한 두 번째, 세 번째 여성 전투 사령관이 된다. 2016년부터 2018년 은퇴하기 전까지 북부사령관을 지낸 로리 로빈슨이 여성 최초로 군 사령부를 지휘했다.
오보스트 공군대장은 만 17세에 비행 운전 자격증을 따고 민간 항공 초계 부대에서 자원 활동을 하면서 공군 입대를 꿈꿨다. 턱걸이 개수를 채우지 못해 공군학교 체력 시험에서 낙방한 그는 집에 철봉을 설치하고 악착같이 재수해 공군학교에 들어갔다. 1988년 미 공군학교를 졸업하면서 꿈에 그리던 공군에 지원했다. 30년 넘게 군에 복무하면서 30여종 이상의 항공기를 몰았고, 4200시간 이상을 비행했다. 지난해 8월 공군대장에 임명되면서 군 최고 계급인 4성 장군이 됐다. 미 공군 역사상 다섯번째다.
리처드슨 육군중장은 1986년 군에 입대했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전에 참전해 공을 인정받았다. 2012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일명 ‘미국의 1등 팀(America’s First Team)’이라고 불리는 제1기병사단 부사령관으로 임명됐다. 2017년 여성 최초로 미 육군 전력사령부 부사령관에 임명됐고, 이듬해 육군 전력사령부 최초 여성 사령관이 됐다. 육군 전력사령부는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부대로 군인 77만6000명과 민간인 9만6000명을 포함한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작년 가을 이미 내부적으로 사령관 승진이 확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군 지도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들에 대한 인사를 가로막을 것으로 예상해 인사를 대선 이후로 미루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백인 남성을 요직에 앉히는 것을 선호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바이든 당시 대통령 후보자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이들의 승진에 우호적일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은 지난달 NYT와의 인터뷰에서 “그 자리에 최고 적임자여서 뽑힌 것인데 트럼프 행정부의 누군가가 나의 추천을 문제 삼거나 국방부가 정치 놀음을 한다고 생각해 이들의 승진이 무산되는 걸 바라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측 인사였던 에스퍼 전 장관은 임기 말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종료를 6일 앞두고 에스퍼 전 장관을 해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