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서 증오 범죄는 용납될수 없습니다. 그리고 법무부는 계속해서 이러한 끔찍한 범죄로부터 우리 이웃과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필요한 자원을 동원 할 것입니다.” 지난 5일 미 법무부가 긴급 발표한 한국어 성명서 및 보도자료의 일부다. 인종간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파멜라 칼란 선임 부차관보 명의의 성명서와 함께 신고 접수 절차를 안내했다.

지난 5일 미 법무부가 긴급 배포한 파멜라 칼라 선임 부차관보의 한국어 성명서.

최근 아시아계 이민자 및 거주자에 대한 증오범죄가 잇따르면서 연방 법무부가 이례적으로 한국어 보도자료와 성명까지 직접 발표한 것이다. 칼란 선임 부차관보는 “미국은 현재 편협성과 증오를 부추기는데 기름을 붓는 행위 같은 전례에 없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법무부는 우리의 강력한 민권부를 통해 민권침해에 대한 민·형사상 수사 및 처벌, 그리고 불법적인 차별의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 구현에 단호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무부 민권부는 지난 몇달간 증오 범죄 및 다른 민권 범죄를 인지, 수사 그리고 기소할 수백명의 연방 검사 및 법 집행관들을 훈련시켜 왔다”면서 “잠재적 증오 범죄 평가를 위해 지역 법 집행기관과 함께 일하는 연방 수사국 및 연방 검찰청의 동료들과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고도 했다.

파멜라 칼란 미 법무부 민권담당 선임 부차관보 /미 법무부 홈페이지

칼란 부차관보는 “인종, 종교, 출신국, 성별 (성적 취향 또는 성 정체성 포함), 신체 장애, 또는 국적에 대한 증오를 동기로 어떤 범죄가 발생한다면, 이는 공동체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있는 어느 누구도 그들이 누구라는 이유로, 그들이 어떻게 예배 드린다는 이유로, 그들이 어디로부터 왔다는 이유로, 또는 그들이 누구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희생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선 안된다”고 했다. 법무부는 이어 증오 범죄에 대한 법무부의 노력에 관한 추가적인 정보나 자료 및 신고 홈페이지를 안내했다.

미국 내 한국 이민자와 거주자들이 많아지면서 관공서나 주요 기관 및 학교 등의 각종 서식에 한국어 서비스가 제공되는 경우는 많아지고 있지만, 고위 간부의 성명이 직접 한국어 버전으로 발표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성명서는 한국어 외에 중국어·베트남어·아랍어·타갈로그어 등으로도 발표됐다.

아시아계 증오범죄와 관련해 신고요령을 안내한 미 법무부의 한국어 트윗 글.

미 법무부가 이렇게 아시아 주요국 언어로 보도자료와 신고요령을 작성해 배포할 정도로 최근 미국 내 아시아계 대상 혐오 범죄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 등의 영향으로 미국 전역에서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가 급증하는 양상이 뚜렷해지자 백악관을 비롯해 정치권과 각계 각층에서 이를 규탄하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지만, 증오범죄는 수그러들지 않는 양상이다. 지난 5일에도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에서 30대 여성이 아시아계가 운영하는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려다 침을 뱉고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번에 아시아 주요국어로 증오범죄 규탄성명을 발표한 파멜라 칼란 선임 부차관보는 스탠포드대와 버지니아대 로스쿨에서 교편을 잡았고,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인권단체인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자문관으로도 일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4~2015년에도 법무부 민권부 부차관보를 역임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선임 부차관보로 지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