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타이(47)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가 17일(현지 시각) 만장일치로 미 연방 상원의 인준을 받았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무역 협상을 이끌 ‘대중(對中) 매파’ 캐서린 타이(47)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가 17일(현지 시각) 만장일치로 미 연방 상원의 인준을 받았다.

상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민주·공화 양당의 출석 의원 98명 전원이 타이 지명자 인준에 찬성, ’98대0′의 표결로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이런 초당적 만장일치 인준은 바이든 정부에서 처음이고, 전례도 많지 않다. 이는 타이가 친(親)노동·무역 규제 성향의 민주당, 그리고 대기업과 자유무역 옹호 성향이 강한 공화당 모두로부터 지지를 받았음을 뜻한다고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전했다.

대만계 이민 2세로, 중국어에 능통한 타이는 USTR 대표로선 첫 아시아계이자, 첫 유색인종 여성 대표라는 기록도 세웠다. 앞서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에 지명됐던 인도계 니라 탠든이 야당 반대로 낙마함에 따라, 바이든 초대 내각의 각료급 고위직에 아시아계 여성은 타이가 유일한 인물이 됐다.

캐서린 타이 신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가 상원 인준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서면에서 동맹과 더 밀접히 협력해 중국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적 동맹과 협력을 재건하는 일을 최우선에 두고 국제기구에도 복귀하겠다"며 "이를 통해 형성된 연합 전선으로 중국을 상대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타이 지명자가 작년 12월 11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위원회가 있던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더 퀸' 극장에서 연설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타이가 중국을 속속들이 잘 알고 대중 무역 협상의 손꼽히는 전문가라는 점에서 양당이 전폭적 지지를 몰아줬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의 부모는 중국 본토 출생이지만 대만으로 이주했다가 미 대학원 진학을 위해 이민했다. 타이는 예일대 역사학과를 졸업한 뒤 중국 광저우의 한 대학에서 2년간 영어를 가르쳤으며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왔다. 2007~2014년 USTR에서 일했고, 2011년부터는 대중 무역을 총괄 담당했다. 이때 중국의 잘못된 무역 관행을 여러 차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승소로 이끌었다고 한다. 하원 세입위원회 수석 무역고문으로도 일했다.

워싱턴 정계에선 타이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외교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공화당 인사들도 타이에 대해 “엄청나게 똑똑하다” “터프하지만 늘 웃는 낯” “어디에도 적(敵)이 없다”는 등의 평가를 한다. “내성적인 듯하지만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타이를 지명하면서 “내가 당신을 지명해 얼마나 많은 칭찬을 들었는지 당신은 상상도 못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타이가 초당적 지지를 받은 것은 중국의 기술·통상 분야 위협을 바라보는 미 정치권의 위기감과 절박함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진보 성향이 강한 타이는 청문회에서 “대중 무역협상에서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 보호를 최우선 원칙으로 하겠다”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맞서 미국도 기업 보조금 지급을 고려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그는 또 트럼프 정부 때의 대중 무역 관세를 당분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