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퀸스 플러싱의 아시아계 보호 자경단의 봉사 활동. /뉴욕타임스

미국 뉴욕 퀸스 플러싱의 코리아타운과 차이나타운에선 지난 주말부터 300여명의 아시아계 자경단(自警團)이 조직돼 주말과 저녁 시간대에 형광색 조끼를 입고 삼삼오오 순찰을 돌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계 증오 범죄가 잇따르자 시민들이 스스로 범죄 예방에 나선 것이다.

이 자경단엔 한국계 은퇴 경찰부터 중국계 상인과 회사원, 대만계 고교생 등 다양한 연령과 직업의 시민이 모였다. 이들은 골목길을 살피고 아시아계 노인을 호위한다. “폭력을 당하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라. 영어가 걱정되면 우리가 도와주겠다”는 안내문도 돌린다. 한국계와 중국계는 물론 일본계, 대만계, 베트남계 등이 뿌리를 떠나 미국 내 소수인 아시아계의 생명과 존엄을 함께 지키자며 뭉치고 있다고 한다. 맨해튼의 차이나타운에도 100여명 규모의 자경단이 조직됐다.

이들은 올 초부터 아시아계 노약자·여성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에 맞서 자경단을 조직했는데, 지난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한국계 여성 4명 등 8명이 총격으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자원자가 폭증했다고 한다. 뉴욕 경찰이 아시아 증오 범죄 대응 TF를 신설했지만, 아시아계 주민이 경찰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공권력에만 기대선 안 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에서도 최근 한국·중국계 소방관과 일본계 경찰 수십 명이 비번인 날 순찰 봉사를 시작했다. LA와 오클랜드, 새너제이 등에서도 자경단이 구성됐다. 뉴욕타임스는 과거 ‘아시아계는 차별당해도 침묵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애틀랜타 총격 이후 아시아계가 집단 시위와 자경단 조직을 통해 연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분위기가 크게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