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밤(현지 시각) 미 대통령 가족용(用) 비행기 ‘이그제큐티브 원 폭스트롯’이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캘리포니아의 코로나 백신 접종소를 방문한 뒤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퍼스트 레이디 질 바이든(69) 여사를 태운 비행기였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질 여사는 공식석상에 어울릴 법한 재킷을 걸쳤고, 아래엔 무릎 위로 올라오는 짧은 가죽 치마를 입고 있었다. 여기에 꽃무늬가 들어간 검은 망사 스타킹과 굽 높은 발목 부츠를 신었다.
부활절이 낀 주말 내내 미국에선 ‘꽃무늬 망사 스타킹을 신은 퍼스트 레이디’ 모습을 두고 소셜미디어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보수적 공화당 지지자들은 대개 “어떻게 10대처럼 망사 스타킹을 신나” “저속하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나 젊은 여성 사이에는 “멋지다” “얌전 떨지도 않고 비싼 옷으로 도배하지 않고도 세련된 섹시함을 표현했다”는 칭찬이 나왔다.
화제를 일으킨 일은 또 있었다. 이날 질 여사를 태우고 캘리포니아에서 워싱턴DC로 향하던 비행기 복도에 짧은 검은 머리와 검은 바지 정장, 검은 마스크 차림의 승무원이 나타났다. ‘재스민’이란 명찰을 단 승무원은 말 없이 참모들과 비밀경호국 요원들, 기자들에게 초코칩이 들어간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나눠줬다. 다들 별 말 없이 아이스크림을 받은 순간, 가발을 벗고 본래 금발 머리로 돌아온 질 여사가 “만우절 장난이었지!”라고 외쳤다. ‘재스민’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했던 탑승자들은 폭소를 터트렸다. 현장에 있던 한 미국 기자는 “완전히 속았다”고 했다.
질 여사의 유쾌한 장난기는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부활절 기념 연설 행사에 참석한 5일 오후에도 계속됐다. 바이든이 백악관 남쪽 발코니에 서서 “국가를 재건할 것”이란 연설을 하는 동안, 두 내외 옆엔 ‘부활절 토끼’로 분장한 참모가 함께 서 있었다. 바이든이 “신이 우리 군대를 보호하고 부활절 토끼를 돌보실 것”이라며 인사말을 마친 후 기념 촬영을 하려던 순간, 질 여사가 갑자기 발코니 앞 화단에서 꽃 한 송이를 뽑아 들어 “너를 위한 거야. 부활절 토끼야”라며 토끼탈을 쓴 참모에게 건넸다. 토끼 분장을 한 참모가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 주변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파격의 연속’인 질 여사는 바이든 취임 후에도 예전처럼 지역 전문대인 노던 버지니아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따로 직업 활동을 하는 최초이자 유일한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계속하는 것이다. 미 CBS방송과 피플지(誌) 등에 따르면 그는 이번 학기에 3개의 영어 강좌를 맡고 있다. 그는 학장에게 “온라인 수업을 하더라도 강의실에 나가서 학생들과 만나고 싶다”고 했지만, 코로나 제한 조치 때문에 아직은 원격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31일 캘리포니아를 방문한 뒤 곧바로 워싱턴DC로 돌아오지 않고 1박에 200달러(약 22만원) 정도인 현지 3성급 호텔에 머물렀는데, 이것도 강의 시간표에 맞춰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