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 ‘제스트 ZI’는 최근 직원 100여명 전원에게 주 5일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통보했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는 “화상 회의로 몇 주씩 걸리던 일이, 얼굴 맞대고 이야기하니 단 몇 시간 만에 결정됐다”며 “모여서 일해야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구성원 간 신뢰를 쌓으며 각자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의 출근을 독려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 ‘해피아워(파티를 겸한 다과 시간)’를 마련하고, 반려견 돌봄 등 복지 서비스를 확대키로 했다.
미국에서 코로나 백신이 빠르게 보급되고 경제 회복세도 예상보다 강해지면서, 기업들이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을 속속 재개하고 있다. 지난 1년여간 대세였던 재택·원격 근무의 단점이 부각되면서 이를 굳이 지속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26일(현지 시각) 경제지 포천에 따르면 이는 단순히 기업 측의 일방적 결정이 아니라, 직원들의 강력한 요구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젊은 신입 사원들 사이에 대면 출근 선호가 높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 전후로 입사한 뒤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해보지 못하고 집에서 화상으로만 업무를 배운 이들이, 선배들의 업무·네트워킹 노하우를 전수받거나 조직 문화를 습득하지 못해 고충을 토로한다는 것이다.
‘대면 출근’ 분위기는 역설적이게도 실리콘밸리의 정보 기술(IT)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재택근무에 가장 적합한 직종으로 인식된 IT 업계는 재택근무율이 80%로 가장 높았고, 코로나의 충격도 가장 잘 피했다고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효율과 혁신, 창의성, 소통을 생명으로 여기는 테크 업계에서부터 재택근무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세계 최대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이달 초 “미 집단면역 달성이 예상되는 초가을까지 사무직 임직원의 전면 출근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 전역이나 심지어 해외로 흩어졌던 직원들이 속속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로 돌아오는 분위기다. 최대 검색 엔진 구글은 지난 20일부터 일부 대면 출근을 재개했고, 이 비율을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출근 복귀’ 바람은 제조업과 금융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최근 GM과 포드 등 자동차 업계는 사무직의 재택·사무실 근무를 병용하겠다고 밝혔다. 미 금융의 대표 주자인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의 CEO들은 재택근무에 대해 “일탈(aberration)” “심각한 약점이 있더라”면서 사무실 복귀를 추진 중이다. 온라인 매체 복스는 “지식 노동을 하는 화이트칼라들은 재택근무의 최대 수혜자로 여겨졌지만, 법조계와 금융계, 컨설팅 업계와 의료계 등 고객·동료와 얼굴을 맞대고 민감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고도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직종일수록 재택근무에 대한 회의가 크게 퍼진 상태”라고 했다.
이미 재택근무에 적응한 직원들이 반발하면서 당분간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혼합) 근무’도 유행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재택근무 장기화를 예상하고 주거 비용이 싸고 가족과 살기 좋은 곳으로 이사해 당장 복귀가 쉽지 않은 직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출근을 강행하는 기업의 일부 직원들은 이직까지 고려한다고 WSJ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