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인 멀린다 게이츠와 공동으로 이혼을 발표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2019년 여직원과의 부적절한 관계로 사내 조사를 받다가 이사회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2019년 빌 게이츠가 한 여성과 성적으로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일부 이사들이 조사에 착수했고 이는 이듬해 빌게이츠의 이사회 사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WSJ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이사들은 사내 여직원과 부적절한 만남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빌게이츠가 이사직에서 사임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당시 조사는 빌게이츠와 만났던 당사자가 편지로 이같은 사실을 알리면서 진행됐다고 한다. 이사진은 의혹 조사를 위해 변호사까지 고용했다고 한다. 빌게이츠의 대변인은 이 보도와 관련해 “2020년 그의 이사직 사임 결정은 이번 일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보도는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빌 게이츠와 멀린다 게이츠 부부의 결별 발표 후 빌의 과거 행실에 대한 보도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한편 게이츠 부부의 파경 배경에는 각종 현안에 대한 빌의 태도 및 그의 행실과 관련한 멀린다의 불만이 축적된 것도 큰 작용을 미쳤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뉴욕타임스의 16일(현지 시각) 기사에 따르면 게이츠 부부의 갈등을 촉발한 요인 중 하나는 2018년 과거 성추행의혹이 불거진 빌 게이츠의 자금담당 관리자 마이클 라슨에 대한 처리문제를 두고 불거진 부부의 이견이었다.

멀린다 게이츠(왼쪽)과 빌 게이츠(오른쪽) 부부.

빌은 이 문제를 비밀리에 해결하고 가려고 했지만, 멀린다는 공개적인 조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라슨은 현재도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NYT는 또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에서 일하는 여직원들에게 추파를 던진 사례가 최소 몇건은 된다고 보도했다. 반면 재단 관련 회의에서 그는 부인 멀린다를 경멸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미성년자 상대 성범죄 혐의로 수감돼 복역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 그는 빌게이츠와 생전에 자주 어울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AP 연합뉴스

앞서 일부 외신에 보도된대로 빌게이츠가 미성년상대로 성범죄를 벌였던 갑부 제프리 엡스타인(사망)과 친분관계를 맺은 것도 멀린다의 마음을 돌아서게 하는 계기가 됐다. 빌 게이츠와 제프리 엡스타인은 2011년부터 알게 됐는데, 3년뒤 엡스타인의 범죄 행각이 드러났다. 멀린다는 남편이 성범죄자 엡스타인과 사귀는 것에 대해 거듭 우려를 표명했지만, 빌은 여전히 엡스타인과 어울렸다는 것이다. 2019년 10월 빌 게이츠가 엡스타인과 어울려왔다는 보도가 나오자, 멀린다는 이를 못마땅해했고, 결국 이혼 전문 변호사를 고용해 결별을 준비해왔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