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인기 쇼핑몰의 애플 스토어 모습./AP 연합뉴스

애플이 중국 아이폰 사용자의 모든 개인 정보를 중국 당국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1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외국 테크 기업의 무덤으로 불리는 중국에서 애플이 승승장구한 비결이 바로 ‘당국과의 야합(野合)’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서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사용자의 정보 보호라는 기본 원칙을 포기했다는 국제적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올 1분기(1~3월) 애플의 중국 내 매출은 177억2800만달러(약 20조원)로 애플 전체 매출의 19.8%에 달한다. 뉴욕타임스는 “애플 내부 문건과 법률 문서를 분석하고 전·현직 직원 17명을 인터뷰한 결과 애플이 자체 원칙을 깨고 중국 정부의 검열과 감시에 적극 협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애플은 “우리는 중국 또는 우리가 운영하는 모든 곳에서 사용자와 데이터의 보안을 훼손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우선 중국 아이폰 사용자의 개인 정보와 데이터를 중국 측에 고스란히 넘겼다. 2017년 6월부터 시행된 중국의 사이버안보법에 따라 중국 아이폰 사용자의 개인 정보와 데이터를 중국 정부 소유 기업의 서버에 저장했다. 원래 애플은 중국 고객의 연락처와 사진, 이메일 등 민감한 개인 정보를 중국 밖에 있는 서버에 저장했지만, “사이버안보법을 따르지 않을 경우 서비스를 폐쇄할 수도 있다”는 중국 당국의 협박에 굴복했다고 한다. 애플은 암호화된 고객 데이터를 풀 수 있는 ‘디지털 키’도 해외가 아닌 중국 내에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초기 협상에 관여한 임원들은 이 결정에 대해 ‘고객 데이터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결정을 바꾸진 못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다음 단계로 고객 데이터의 법적 소유권도 중국 당국에 넘겼다.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 데이터센터에 저장되는 고객 데이터는 구이저우성 지방 정부 산하 ‘구이저우 클라우드 빅데이터(GCBD)’라는 회사가 소유권과 물리적 제어권을 갖는다. 중국 당국이 원하면 언제든지 애플 사용자의 이메일, 사진, 연락처, 캘린더, 위치 정보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애플은 중국 정부가 싫어할 만한 앱을 ‘알아서' 검열하고 삭제했다. 애플은 자체 조직을 꾸려 톈안먼 사태, 티베트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 등 중국 정부가 꺼려하는 내용을 담은 앱을 사전에 삭제했다. 아이폰에 탑재된 대만 국기 이모지(그림문자)도 지웠다. 또 중국 반체제 재벌 궈원구이가 중국 공산당의 부패 의혹을 폭로하는 데 썼던 앱도 금지했다. 뉴욕타임스가 앱 데이터 회사 센서타워와 함께 분석한 결과 2017년 이후 이 같은 방식으로 중국 애플 앱 장터에서 삭제된 앱은 5만5000여개에 달했다.

애플은 다른 지역에서는 절대 하지 않는 행동을 하며 중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다. 애플이 전 세계에 파는 아이폰에는 ‘캘리포니아의 애플이 설계했다(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라는 문구가 있는데, 중국 측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반발하자 이후 중국에서 출시한 아이폰에는 이 문구를 지웠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애플은 중국 당국의 요청이 올 경우 이를 적극 수용하기도 했다. 2018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2년간 중국 정부 요청의 91%를 수용해 앱 1217개를 삭제했다. 다른 국가 정부의 삭제 요청을 수용한 비율(40%)의 2배가 넘는다.

애플의 행보는 다른 IT 기업들과 대비된다. 2006년 1월 27일 중국에서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구글은 중국의 검색 결과 검열을 거부하다가 2010년 사업을 접고 철수했다. 아마존웹서비스도 외국 기업이 클라우드 시설을 운영할 수 없다는 중국 법에 따라 2017년 일부 자산을 매각했다. 국제 인권 단체 엠네스티의 니컬러스 베클란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지역 사무소장은 뉴욕타임스에 “애플은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검열 기계의 톱니바퀴가 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