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일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샌버너디노 지역에서 무차별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테러리스트들의 총격에 14명의 무고한 시민이 사망했고 22명이 중상을 입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테러리스트의 아이폰을 압수해 범죄 증거를 입증하려 했다. 하지만 아이폰 잠금이 걸려 있었다. FBI는 애플에 “보안 시스템을 해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애플은 이를 거부했다. “한번 휴대전화 보안 해제를 강제로 진행할 경우 추후에 다른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 침해 위험이 높아진다”는 이유였다.

애플은 그동안 사용자의 개인 정보 보호를 철저하게 지킨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고객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것이 기본적 인권이라고 애플은 주장했다. 정부 기관의 요구에도 애플 아이폰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공개하거나 넘기는 것을 철저히 거부했다. 애플 제품을 쓰면 사적인 정보가 해킹되거나 유출될 가능성이 적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실제 판매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애플의 이러한 정책은 미국 대통령의 으름장에도 끄떡없었다. 2019년 12월 미국 플로리다 펜서콜라 해군 항공기지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는데, 애플은 이때에도 범인의 아이폰 잠금 해제를 거부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애플은 살인자와 마약상, 다른 폭력 범죄 부류가 사용했던 휴대폰의 잠금 장치 해제를 거부하고 있다”며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라”고 했다. 하지만 애플은 묵묵부답이었다.

이랬던 애플이 중국에서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손쉽게 중국 당국에 넘겼다는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그동안 중요하게 여기던 보안 정책을 쉽게 뒤집은 셈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 시각) “20년 전 팀쿡(현 애플 CEO)은 애플의 운영 책임자로 중국 진출을 주도했는데, 이는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로 만들고 그를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후계자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며 “팀쿡이 애플의 사업을 위해 중국을 어떻게 활용할지 알아낸 것처럼, 중국도 애플을 어떻게 활용할지 알아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