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한미 정상회담 목표는 코로나 백신 공급, 대북 문제 협조 요청으로 요약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움직이기 위한 문 대통령의 레버리지(지렛대)는 경제 협력이었다.
문 대통령은 21일 오전 9시(현지 시각) 워싱턴 DC 상무부에서 지나 레이먼도 미 상무장관과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한미 기업인들이 한자리에서 머리를 맞대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을 열었다. 한국에선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차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등 비공식 경제사절단으로 방미한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중요해진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상호 보완 가능한 최적의 파트너”라면서, 최첨단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백신 등 바이오 산업을 대표 협력 분야로 꼽았다.
4대 그룹은 이 자리에서 400억달러(45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삼성전자는 신규 파운드리 공장 구축에 총 170억달러(약 19조16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 낸드 솔루션(NAND Solution)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해 1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기업은 합작 또는 단독으로 14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현대차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충전인프라 확충 등에 총 74억달러(약 8조3435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은 최근 반도체 공급 대란으로 자동차와 IT(정보기술) 산업 박차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삼성의 투자 규모와 형식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레이먼도 장관은 정상회담 전날인 20일 삼성전자와 대만 TSMC, 인텔, 구글 등 반도체·자동차·IT 기업을 불러 모아 반도체 수급 문제를 논의했다. 무엇보다 삼성 공장의 최종 결정지가 미국 내에서는 큰 화제가 됐다. 로이터통신은 20일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르면 올해 3분기 착공에 들어가 2024년 완공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22일 최태원 회장과 함께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SK 이노베이션 공장을 방문한다. 이 애틀랜타 SK 공장은 LG와 배터리 특허 분쟁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일자리 확보를 위해 직접 개입해 지켜낸 ‘핫 플레이스’다. 앞서 SK는 미 대표 자동차 회사인 포드와 함께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