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뒤 미국 측이 후속 협상을 위해 북한을 방문하려다가 북한 측의 거친 언사에 방북 계획을 취소한 적이 있고 ,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22일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미·북 막후 협상 주역이었던 앤드루 김 전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은 지난 20일 하버드대 벨퍼센터가 개최한 웨비나에서 싱가포르 회담 후속 협상을 위한 방북을 앞두고 양측이 교섭하며 생긴 일화를 공개했다. 당시 ‘한반도 비핵화인지 북한 비핵화인지’가 쟁점이 됐는데 북한이 “우리 측 용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면 우리 영공에 들어올 생각조차 하지 말고 우리는 당신네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 협상팀은 방북을 취소했고, 몇 달 뒤 협상팀이 평양에 갔을 때 김정은이 “당시 교신에서 일어난 일은 유감”이라고 직접 말했다고 한다.
김 전 센터장은 북한의 모호한 화법도 문제라며 미·북 협상팀이 유럽에서 만났을 때의 일화도 공개했다. 북한 측이 “주민들의 생계를 도울 조치를 하라”고 계속 얘기했지만, 당시 유럽에 있던 미국 협상팀은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 김 전 센터장에게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김 전 센터장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해줬고 “나중에 보니 정확히 (북한은) 그 얘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센터장은 또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양국 간 정보 채널을 통해 이뤄진 “정보 당국이 주도한 프로젝트”였다고 밝혔다. 김 전 센터장은 “그들(북한)은 우리(미국)에게 매우 조용하게 접근하고 싶어 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하고 싶어 한다”면서 “그런 채널을 형성하는 데 있어 그들(북한)은 보안기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김 전 센터장은 정상외교에 장단점이 있다고도 했다. 그는 “대통령, 국무장관 같은 가장 중요한 (정보당국의) 고객들이 김정은을 직접 만나기 시작하면서 김정은, 김여정, 김영철 같은 모든 미스터리한 사람들에 대한 그들 나름의 견해를 형성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정상외교의 ‘단점’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그들(대통령 등)은 갑자기 김정은 전문가가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