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작년 1월 서울에서 열린 '한국국가전략연구원 - 브루킹스연구소 국제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세상에! 청와대가 이제 (미국)팀에 들어왔어.”

에반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21일(현지 시각) 공개된 한·미 정상 공동성명을 읽고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를 역임한 그는 “한·미 정상 공동성명을 자세히 읽어보면 쿼드 또는 쿼드 플러스가 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면서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리비어 연구원은 또 “(공동성명에) ‘북한 인권’에 대한 표현이 들어가다니 (한국 여당의) 몇몇 사람들은 심장마비를 일으킬 뻔했을 것 같다”며 “그러나 (한·미 간) 이견은 여전히 존재하고 이제 한국이 합의된 정신을 진전시키기 위해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그저 미국을 만족시키려고 이런 표현들에 동의했을 뿐 실제로 합의를 이행할 준비는 안 돼 있을 가능성은 항상 있다. 그렇다면 미국과 문제가 생길 것이므로 그런 경우는 아니기 바란다”고 했다. 리비어 연구원이 지난 23일(현지 시각) 본지와 가진 전화 인터뷰를 정리했다.


-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나?

가장 큰 문제는 여러 사안에 대한 미국과 한국 간의 이견(異見)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간극을 좁힐까였다. 워싱턴과 서울 사이에는 대북 제재, 인권, 중국, 역내 정세, 쿼드의 역할 등에 대한 시각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 우선순위 1번은 어떻게 그 차이를 관리해서 가능한 긍정적으로 통합된 모습을 보여주느냐였다. 그런 측면에서 정상회담은 상당히 잘 됐다고 본다. 한·미 관계 전문가라면 누구나 (한·미 간) 차이가 여전히 있다는 것을 알지만 두 대통령과 양측이 이견에 관해 긍정적 분위기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상당히 잘 했다. 하지만 이견은 여전히 있다.”

“내가 가장 놀란 것은 한·미 정상 공동성명의 두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 문단이다. 미국의 목표는 어떻게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지정학적 환경을 인정하도록 하느냐였는데 이 세 문단이 정확히 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자세히 읽어보면 쿼드 또는 쿼드 플러스가 하고자 하는 모든 것들이 거기 담겨 있다. 민주적 규범, 인권,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 항행·비행의 자유 등 모든 표현은 쿼드와 쿼드 플러스 국가가 사용해 온 표현이다.”

-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까지 포함될 줄은 몰랐다는 전문가가 많던데?

“이렇게까지 공동성명이 세부적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이번 정상회담 전까지 한국은 쿼드나 쿼드 플러스와 관련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안보 우려나 공약을 하지 않으려고 달아나고 있었기 때문에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한국은 이제 이런 표현에 서명했다. 지역이 달라졌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래서 이제 한국, 청와대는 이 표현들을 실행하는 압력을 받게 됐다. 중국이 항상 그랬듯 대만에 관한 표현에는 굉장히 좋지 않게 반응할 것이다. 중국의 반응이 더 있을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은 성 김 대북특별대표 임명을 ‘깜짝 선물’이라고 하면서 상당히 기분 좋은 눈치였는데 어떻게 보나?

“백악관이 막판에 내린 결정이라고 본다. 문 대통령에게 긍정적, 상징적 선물을 주려고 의도한 것이 거의 확실하다. 문 대통령과 그 참모들이 미국에게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하는 상징적 조치를 해달라’고 밀어 붙여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실을 보자면 성 김은 여전히 주인도네시아 미국 대사다. 그러니까 대북특별대표는 파트타임으로 하는 일이다. 김 대사는 워싱턴에 있지 않을 것이고, 워싱턴에 사무실도 없고, 그저 직함만 갖는 것이다. 필요할 때 태평양 주변을 날아다닐 항공 마일리지는 주겠지만… 어제 몇몇 (미국) 전문가들과 이 얘기를 하면서 ‘이 일(대북특별대표)은 아무 실체가 없는 일’이라고 웃었다. 북한과의 협상이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말 할 일이 없는 일이다.”

- 앞으로 북한과 협상이 재개될 수도 있지 않나?

미국이 몇 년 동안 북한과 협상하면서 배운 교훈은 북한 내에서 협상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인물은 김정은이란 것이다. 최선희나 북한 외무상 그런 사람들과 마주 앉아 얘기를 할 수는 있겠지만 시간 낭비다. 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 김 대사는 나의 좋은 친구이자 동료이고 외교관으로서 그에 대한 엄청난 존경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의 직위로는 김정은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도 북한 사람들이 상당히 무시했고 하위직 관료 밖에 만나지 못하게 했다. 부장관이 최고 지도자를 만날 수 없었다면 김 대사가 어떻게 만나겠나.”

-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에 동의한 것도 문재인 정부는 큰 성과로 보는 것 같은데 어떤가?

“그것은 사실 무의미한 일이다. 마치 지진이 일어난 후에 ‘우리는 이 남겨진 잔해 위에서 재건해 나갈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건물이 전부 무너지고, 모든 상황이 재앙적인데, 무너진 돌무더기 위에서 다시 지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무의미하다. (의미 있는) 기초가 아니다. 그저 ‘미국과 북한 사이에 이런 일들이 있었다’는 역사를 인정하는 것이지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도출한 정책의 연속이 아니다. ‘그냥 그런 일이 있었지’라고 인정하고 이제 앞으로 나아가자는 뜻이다. 몇몇 한국 언론이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성명에 제시된 접근법을 계속한다는 것은 큰 성과’라고 보도한 것을 보고 나는 좀 웃었다. 그렇지 않다.

- 북한은 어떻게 반응할까.

“좀 지켜봐야 한다. ‘북한 인권 개선’이란 표현에는 안 좋게 반응할 것 같다. 그러나 그외에 북한을 도발할 만한 말은 아무 것도 없었다. 바이든은 상징적인 것이기는 해도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참여할 준비가 돼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미국의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고 북한의 목표는 계속해서 핵보유국이 되는 것이다. 거기에서 교착돼 있다. 북한이 대화를 하자고 하더라도 심각한 협상으로 발전할지는 잘 모르겠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굳게 결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한국이 개발할 수 있는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해제한 ‘미사일 지침 종료’는 어떻게 보나.

“상당히 중요한 진전이다. 많은 한국 전문가들이 이것을 일종의 상징적 조치로 보고 물론 그런 면이 있지만 나는 그보다 더 큰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사일 개발의 제약을 없앤 것은 한국이 중국을 매우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무기)체계와 기술을 개발할 잠재성을 열어준 것이다. 솔직히 미국이 이 지침을 없애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중국이 이에 대해 매우 안 좋게 반응할 것이라는 데 큰 돈을 걸 수 있다. 중국은 아마 그 결과로 한국에 대한 압박을 높이려는 시도를 재개할 것이다.”

- 한국이 실제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것으로 보나?

미국은 이제 한국한테 ‘북한에 대해서든 역내 다른 대상에 대해서든 이제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일은 뭐든지 해봐’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의 미사일 개발에 남은 제약은 사드 배치 후 중국의 압력과 협박으로 스스로 옭아맨 제약 밖에 없다. 물론 삼불(Three nos)를 말하는 것이다. 한국은 계속해서 ‘중국이 특정한 범위의 미사일만 개발하라’고 지시하는 것을 허용할까. 흥미로운 일이다. 한국에 대한 안보 위협은 모두 한반도 인접 지역에 있기 때문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필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것 같은 중거리 탄도 미사일은 어떨까. 이제 몇 달 혹은 1~2년 안에 한국은 북한 내의 모든 표적을 쉽게 타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을 한다면 어떨까. 중국이 좋아할 것 같지는 않다.”

- 중국이 어떤 보복을 할 것으로 예상하나?

“중국이 보복할 때 가장 좋아하는 방법은 경제적인 것이다. 한국과의 양자 무역 관계에서 상당한 고통을 줄 수 있다. 그 다음으로 한국의 방공 식별 구역이나 영해·영공 등 한반도 주변에서의 군사 활동을 늘릴 수 있다. 이것도 중국이 좋아하는 전술이다. 그런 것들을 봐야 한다.”


- 한국의 여권(與圈) 내부에서는 불만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럴 것이다. (공동성명에) ‘북한 인권’에 대한 표현이 들어가다니 (한국 여당의) 몇몇 사람들은 심장마비를 일으킬 뻔했을 것 같다. 그 (여)당이나 청와대 안의 어떤 정치적 이념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이번에 일어난 일이 별로 달갑지 않을 것이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이나 거기 담긴 정신이 이행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공정하게 평가하자면 문재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꽤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멀리까지 온 것을 높게 평가하고 대체로 긍정적이고 고무적이다. 하지만 한·미 간의 이견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제 한국이 합의된 정신의 진전을 위해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