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11~13일 영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직후 런던 버킹엄궁을 방문,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회담하는 일정이 최종 조율되고 있다고 CNN이 2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앞서 여왕은 G7에 참석한 각국 정상을 모두 버킹엄궁으로 초청해 리셉션을 가질 것이라고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는데, 1대1 회담은 바이든 대통령과만 가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왕 측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미 관계의 중요성을 고려, 바이든 대통령에 초점을 두고 이번 리셉션을 수개월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자베스 여왕으로선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 팬데믹 이래 처음 만나는 외국 정상이자, 지난 4월 남편 필립공과 사별한 후 첫 외교 업무 복귀이기도 하다. 여왕이 95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든은 여왕이 만나는 마지막 미국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엘리자베스 여왕이 지난 70년간 만나는 13번째 미국 대통령이 된다. 여왕은 지난 1951년 왕세녀 신분일 때 백악관을 찾아 해리 트루먼 대통령과 면담한 이래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총 12명의 미 대통령과 만났다. 이 기간 동안 유일하게 여왕을 만나지 않은 이는 1960년대 린든 존슨 전 대통령뿐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대미 외교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적극적인 역할을 했으며, 그의 이런 모습은 세계에 영국 소프트 파워 외교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즉위 후 자신을 처음으로 미국에 국빈 초청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과는 자신만의 요리법을 알려주는 사적인 편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친밀했다고 한다. BBC에 따르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여왕을 유독 여러 번 만났는데, 자신의 딸을 여왕의 장남인 찰스 왕세자에게 시집 보내고 싶어해서였다고 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집권한 1980년대 미국은 영국 대처 내각과 같은 보수 정부로 최고의 관계를 구가했는데, 여왕 역시 레이건 부부와 승마 취미를 고리로 친구처럼 지냈다.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은 방미한 여왕을 야구장으로 초청했고, 2018년 부시 서거 때 여왕은 찰스를 장례식에 참석토록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여왕은 마치 태어날 때부터 성공한 외교관이자 정치인인 것 같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