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 시각) 미국 오하이오주가 코로나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백신 복권’의 첫 당첨자로 100만 달러(약 11억 원)를 받게 된 애비게일 부겐스케(22)는 복권 당첨 당시를 회상하며 “처음에는 장난전화인 줄 알았다”고 했다.

오하이오주 백신 복권에 당첨돼 100만달러를 받게 된 시민 애비게일 부겐스케가 27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하이오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부겐스케는 당첨 발표 당시 신시내티에서 클리블랜드 인근에 거주하는 부모님 집으로 차를 몰고 가던 중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주 주지사가 직접 건 전화였다. 전화를 받은 후 그는 부모님 집에 도착해 “내가 백만장자가 됐어!”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부겐스케는 현재 항공기 엔진 제작업체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상금 100만 달러 중 일부는 기부하고, 일부는 투자를 하면서 원래 하던 일을 계속한다는 게 그의 계획이다.

오하이오주 잉글우드시에 사는 14세 학생 조셉 코스텔로는 12~17세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추첨하는 4년치 대학 장학금을 받게 됐다. 이 복권에는 10만 4000여명의 학생이 응모했다. 드와인 주지사의 전화를 받은 것은 조셉의 어머니 콜린 코스텔로였다. 그는 “처음에는 주지사의 목소리가 녹음된 전화를 받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주지사가 직접 전화했더라”며 “전화를 받은 순간 근처에 벤치가 있어 앉을 수 있었다는 게 정말 고마웠다”고 했다

콜린의 남편 리치 코스텔로는 아내가 당첨 전화를 받았을 당시 학교 커피숍에서 업무를 보던 중이었다. 아내의 연락을 받은 그는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갔지만, 복권 당첨 소식을 미리 알려주지는 않았다고 한다. 조셉이 집에 도착한 후 마이크 드와인 주지사는 그의 집을 직접 방문해 당첨 사실을 알렸다. 조셉은 오하이오주립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지만 아직 무엇을 공부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하이오주의 백신 복권은 공화당 소속인 드와인 주지사가 미국 평균 수준보다 낮은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입한 정책이다. 그는 지난 12일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주민을 대상으로 추첨을 진행해 당첨자에게 현금 100만 달러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12~17세 접종자에 대해선 추첨을 통해 수업료·책값·기숙사 비용 등을 포함한 4년 치 장학금을 매주 1명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당첨금을 위한 재원(財源)은 연방 정부로부터 지급된 코로나 구제 기금을 활용하기로 했다.

오하이오주 백신 복권에 당첨된 조셉 코스텔로(왼쪽 네 번째) 가족이 축하하기 위해 방문한 오하이오주 주지사 부부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가 마이크 드와인 주지사, 그 왼쪽이 주지사의 아내인 프랜 드와인 여사. /마이크 드와인 주지사 트위터

이에 따라 오하이오주는 26일부터 5주간 매주 수요일마다 백신 복권 당첨자를 발표하기로 했다. 부겐스케와 코스텔로는 이 백신 복권의 첫 당첨자가 됐다.

단, 백신 복권이 접종률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다. 부겐스케는 복권 정책이 발표되기 전에 이미 접종을 했고, 정책이 발표된 후 추첨에 응모했다. 하지만 그는 NYT 인터뷰에서 “누구든 백신을 맞도록 격려할 것”이라며 “100만 달러를 받는 게 백신 접종의 충분한 인센티브가 되지 못한다면 대체 무엇이 인센티브가 되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