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문구를 내걸고 사업을 시작한 구글이 사용자들의 위치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려 소비자를 속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 매체인 인사이더는 29일(현지 시각) 미 애리조나 소송 변호사들이 작성해 법원에 제출한 문건을 인용, 구글이 사용자들의 위치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려고 위치 정보 설정 기능을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으로 숨기고, 다른 회사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도했다.

이 문건은 작년 5월 애리조나주 소송 변호사들이 구글의 문제 행동에 대해 조사해 작성한 것으로 당시 법원에 제출됐다가 최근 공개됐다. 작년 5월 미 애리조나주의 마크 브르노비치 법무부 장관은 “구글이 기만적이고 불공정한 관행으로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수익성 있는 광고 사업을 위해 이용한다”며 ‘소비자 기만’ 혐의로 구글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르면 구글은 사용자들이 자신의 위치 정보 공개 여부를 ‘비공개’로 바꾸는 것을 우려했다. 구글 매출의 대부분인 광고 수익이 감소할 것을 걱정한 것이다. 지난 1분기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전체 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81%에 달하는데 효과적인 광고를 위해서는 사용자들의 위치 정보나 개인 정보가 중요하다.

구글은 일단 사용자들이 위치 정보를 비공개로 설정하는 것을 어렵게 했다. 해당 설정 기능을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숨겼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위치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며 설정을 바꾸려고 했을 때 이를 쉽게 찾지 못해 포기하게 만든 것이다. 애리조나 소송 변호사들은 문서에서 “이는 사람들이 위치 정보 공개 설정 기능이 눈에 잘 보일 때, 설정을 비공개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는 구글 내부 조사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구글은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업데이트하며, 위치 정보 공개 여부를 직접 설정하는 기능이 눈에 띄자 이를 ‘문제점’으로 인식했다고 인사이더는 보도했다.

구글은 또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OS)로 사용하는 스마트폰 업체들에 위치 정보 공개 설정 창을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기도록 압력을 넣었다. 애리조나 법무부는 LG 스마트폰의 경우 이러한 설정 기능이 클릭을 여러 번 해야 하는 2번째 페이지에 위치했는데 이것도 구글의 압력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 문서에는 삼성 휴대폰과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구글은 사용자들이 위치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설정해도 다양한 방법으로 위치 데이터를 수집했다. 사용자가 구글의 서비스가 아닌 다른 앱(응용 프로그램)을 사용할 경우, 그 앱을 통해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우회 수집한 것이다. 구글맵 사업을 담당했던 잭 멘젤 전 구글 부사장은 법정에서 “구글이 사용자의 집과 직장 위치를 파악할 수 없는 유일한 방법은, 사용자가 의도적으로 가짜 주소를 설정한 경우뿐”이라고 말했다.

구글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글은 작년 5월 애리조나 법무부에 소송당했을 때 “애리조나 법무부 장관과 이 사건을 제기한 소송 변호사가 구글 서비스의 본질을 잘못 파악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항상 제품에 개인 정보 보호 기능을 내장하고, 사용자에게 자신의 위치 데이터에 대한 강력한 제어 기능을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IT 업계에서는 이 사건이 겉으로는 사용자 정보 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서 실제로는 자기네 잇속을 챙기는 빅테크 기업들의 행태를 보여주는 한 사례로 본다. 앞서 애플도 비슷한 행동을 한 것이 드러나 비난받았다. 지난 17일 미 뉴욕타임스는 “평소 사용자들의 정보 보호가 최우선이라고 밝혔던 애플이 거대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못해 고객들의 개인 정보를 중국 당국에 넘겨온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