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대통령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인 캐롤라인 케네디(왼쪽)를 주호주 미국 대사로, 케네디 전 대통령의 남동생인 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아내 비키 케네디를 서유럽 국가 대사에 지명하는 것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AP 연합뉴스 페이스북

케네디가(家) 여인 두 사람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주요국 대사(大使)로 발탁될 전망이라고 미 언론들이 30일(현지 시각) 전했다. 이날 액시오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인 캐럴라인 케네디를 주호주 대사로, 케네디 전 대통령의 남동생인 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아내 비키 케네디를 서유럽 국가 대사에 지명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캐럴라인을 아시아 국가 대사로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과 남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암살을 비롯해 끊이지 않은 비극 속에서도 정치 명문가의 명성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한 캐럴라인 케네디/페이스북

주호주 대사로 고려되고 있는 캐럴라인 케네디는 케네디 전 대통령의 장녀다. 케네디 전 대통령과 재클린 여사는 네 명의 아이를 가졌지만 한 명은 사산, 한 명은 출산 후 며칠 만에 세상을 떴다. 장남이었던 존 F. 케네디 주니어가 1999년 비행기 사고로 숨진 뒤 캐럴라인은 ‘케네디 전 대통령의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자녀’로 불려 왔다. 캐럴라인은 명문 여자대학인 래드클리프 칼리지(현재는 하버드대로 통합)와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겸 작가로 활동했다.

캐럴라인은 지난 2008년 대선 때 뉴욕타임스에 당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내 아버지와 같은 대통령’이란 글을 기고했다. 그는 이 글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한 뒤 “아버지가 사람들에게 감명을 줬던 것처럼 내게 감명을 주는 대통령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나는 나한테만이 아니라 새 세대의 미국인들에게 그와 같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남자를 찾았다고 믿는다”는 문장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오바마에게 기부금도 냈고, 부통령 후보를 물색하는 과정도 도왔다. 오바마는 대선 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해준 캐럴라인을 2013년 주일 대사에 임명했고, 그는 2017년까지 4년간 대사직을 수행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막내 남동생 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생전에 함께 하고있는 비키 케네디./페이스북

서유럽 국가 대사로 고려되고 있다는 비키 케네디는 케네디 전 대통령의 막내 남동생으로 2009년 뇌암으로 별세한 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아내다. 테드는 맏형 조셉 케네디 주니어가 2차 세계대전 중 29세의 젊은 나이로 전사하고, 둘째 형(존 F. 케네디)과 셋째 형(로버트 케네디)이 암살당하는 고통을 겪었지만 매사추세츠주에서 47년간 상원의원을 지냈다. 테드와 비키는 1992년 결혼했는데 서로에게 재혼 상대였다. 비키는 케네디 전 대통령의 장남이 비행기 사고를 당하는 비극 속에서 케네디가 사람들을 위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비키는 총기 규제 운동가로도 알려져 있다.

미국 대통령은 흔히 대선 때 큰 정치 기부금을 낸 핵심 기부자들을 대사직에 등용한다. 하지만 캐럴라인과 비키 케네디는 조 바이든 대통령 진영의 ‘핵심 기부자’는 아니라고 한다. 그보다는 바이든 대통령과 케네디 가문의 개인적 친분이 더 많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가와 케네디가는 아일랜드계 가톨릭 가문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역대 미 대통령 중 가톨릭 신자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밖에 없다.

미 동부 델라웨어주를 지역구로 36년간 상원의원을 지낸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동부의 매사추세츠주에서 47년간 상원의원을 지낸 테드 케네디와 각별한 사이였다고 한다. 바이든이 1988년 첫 대선 도전 의사를 밝힌 뒤 논문 표절 논란에 휩쓸렸을 때, 테드는 같은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으로서 그를 옹호해줬다. 2009년 테드 케네디가 별세하자 바이든은 장례식에서 그를 “큰형(big brother)”으로 묘사하는 추도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