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가(家) 여인 두 사람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주요국 대사(大使)로 발탁될 전망이라고 미 언론들이 30일(현지 시각) 전했다. 이날 액시오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인 캐럴라인 케네디를 주호주 대사로, 케네디 전 대통령의 남동생인 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아내 비키 케네디를 서유럽 국가 대사에 지명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캐럴라인을 아시아 국가 대사로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과 남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암살을 비롯해 끊이지 않은 비극 속에서도 정치 명문가의 명성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주호주 대사로 고려되고 있는 캐럴라인 케네디는 케네디 전 대통령의 장녀다. 케네디 전 대통령과 재클린 여사는 네 명의 아이를 가졌지만 한 명은 사산, 한 명은 출산 후 며칠 만에 세상을 떴다. 장남이었던 존 F. 케네디 주니어가 1999년 비행기 사고로 숨진 뒤 캐럴라인은 ‘케네디 전 대통령의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자녀’로 불려 왔다. 캐럴라인은 명문 여자대학인 래드클리프 칼리지(현재는 하버드대로 통합)와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겸 작가로 활동했다.
캐럴라인은 지난 2008년 대선 때 뉴욕타임스에 당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내 아버지와 같은 대통령’이란 글을 기고했다. 그는 이 글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한 뒤 “아버지가 사람들에게 감명을 줬던 것처럼 내게 감명을 주는 대통령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나는 나한테만이 아니라 새 세대의 미국인들에게 그와 같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남자를 찾았다고 믿는다”는 문장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오바마에게 기부금도 냈고, 부통령 후보를 물색하는 과정도 도왔다. 오바마는 대선 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해준 캐럴라인을 2013년 주일 대사에 임명했고, 그는 2017년까지 4년간 대사직을 수행했다.
서유럽 국가 대사로 고려되고 있다는 비키 케네디는 케네디 전 대통령의 막내 남동생으로 2009년 뇌암으로 별세한 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아내다. 테드는 맏형 조셉 케네디 주니어가 2차 세계대전 중 29세의 젊은 나이로 전사하고, 둘째 형(존 F. 케네디)과 셋째 형(로버트 케네디)이 암살당하는 고통을 겪었지만 매사추세츠주에서 47년간 상원의원을 지냈다. 테드와 비키는 1992년 결혼했는데 서로에게 재혼 상대였다. 비키는 케네디 전 대통령의 장남이 비행기 사고를 당하는 비극 속에서 케네디가 사람들을 위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비키는 총기 규제 운동가로도 알려져 있다.
미국 대통령은 흔히 대선 때 큰 정치 기부금을 낸 핵심 기부자들을 대사직에 등용한다. 하지만 캐럴라인과 비키 케네디는 조 바이든 대통령 진영의 ‘핵심 기부자’는 아니라고 한다. 그보다는 바이든 대통령과 케네디 가문의 개인적 친분이 더 많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가와 케네디가는 아일랜드계 가톨릭 가문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역대 미 대통령 중 가톨릭 신자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밖에 없다.
미 동부 델라웨어주를 지역구로 36년간 상원의원을 지낸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동부의 매사추세츠주에서 47년간 상원의원을 지낸 테드 케네디와 각별한 사이였다고 한다. 바이든이 1988년 첫 대선 도전 의사를 밝힌 뒤 논문 표절 논란에 휩쓸렸을 때, 테드는 같은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으로서 그를 옹호해줬다. 2009년 테드 케네디가 별세하자 바이든은 장례식에서 그를 “큰형(big brother)”으로 묘사하는 추도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