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가 22일(현지 시각) 1개 면을 털어 LPGA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여성 골프 선수들이 겪어온 인종차별과 그에 대한 공포를 보도했다. 기사 대부분이 한국계 선수들 이야기다.

미 뉴욕타임스(NYT)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여자 골프 선수들이 겪어온 인종차별에 대해 22일(현지 시각) 1개 면을 털어 보도했다. 선수들 인터뷰는 오는 24일 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가 열리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골프 클럽 인근에서 이뤄졌다. 이곳은 지난 3월 한국 등 아시아계 여성 8명이 총격으로 사망한 마사지숍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다.

LPGA 투어에서 통산 21승을 거둔 ‘골프 여제’ 박인비는 아직도 “다른 박씨 선수들과 친척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는 대회를 중계하는 아나운서들이 한국계 선수들의 이름을 잘못 발음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리 고쳐줘도 틀린 발음을 고집하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고의적 발음 실수는 미국에서 소수 인종을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미묘한 차별(microaggression)’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티나 김은 “아시아 출신 선수들은 미국에서 영어로 놀림받지 않으려 일부러 영국식 영어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박인비 선수가 지난 20일 미국 미시간주에서 열린 LPGA 투어 마이어클래식의 최종라운드에서 미국의 렉시 톰프슨(뒤) 선수 등과 함께 출전한 모습. /AFP 연합

LPGA에서 9승을 한 최나연은 투어 때 보통 어머니를 동반했지만, 올해는 어머니가 미국에 오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영어를 못하는 어머니가 홀로 밖에 나갔다가 증오 범죄 표적이 될까 봐서다. 16승을 한 뉴질랜드 국적 리디아 고도 같은 이유로 올해 미국 투어에 어머니를 오지 못하게 했다. 티파니 조 선수는 “어머니가 ‘우리도 이제 후추 스프레이를 갖고 다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 슬펐다”고 했다. NYT는 “최고 수준의 경쟁 속에서 골프에 집중해야 할 선수들이 인종·성차별 돌파 훈련도 하는 셈”이라고 했다.

한국계 미국인 미셸 위 웨스트는 “왜 한국인은 골프를 잘하냐”는 미국 기자들의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고 한다. 자신의 인종 출신을 따지고 한국인이 LPGA를 휩쓰는 데 대한 의아함이 담겨있는 질문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한국인은 연습을 열심히 한다’고 답했지만, 앞으로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그런 질문은 부적절하다’고 말해주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