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에서 과잉 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한 경찰관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미 CNN 등은 전 미네아폴리스 경찰 데릭 쇼빈이 25일(현지 시각)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미네소타주 법에 따르면 쇼빈은 형기(刑期)의 3분의 2인 15년을 복역한 후 당국의 결정에 따라 가석방될 수 있다.

25일(현지 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 헤너핀 지방법원의 법정 TV에 비친 전 경찰관 데릭 쇼빈의 모습. /AFP 연합뉴스

쇼빈은 지난 4월 이미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그는 2급·3급 살인과 2급 과실치사 혐의를 인정받았다. 쇼빈에게 다른 전과는 없었다. 미네소타주 법률은 이런 경우 재판관에게 가급적 10년 8개월에서 15년형까지 판결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이번 판결은 가이드라인을 넘긴 중형이다. 판결을 내린 피터 카힐 판사는 “형량이 여론이나 감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며 “플로이드 가족이 느끼고 있는 깊고 거대한 슬픔을 인지하길 바란다”고 했다.

판결문에서 카힐 판사는 쇼빈에게 중형이 내려진 이유로 두 가지 요소를 꼽았다. 쇼빈이 그의 직무가 가진 신뢰와 권위를 남용했다는 것과 플로이드를 특히 더 잔인하게 대했다는 것이다. 카힐 판사는 “쇼빈은 플로이드를 일말의 존중 없이 대했고 그에게 모든 사람이 마땅히 누려야 할 존엄이 있다는 것을 부정했다”고 했다.

카힐 판사는 이어 “쇼빈은 살려달라는 플로이드의 간청에 명백하게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며 “플로이드는 자신이 곧 죽을 거라는 사실을 느끼고 공포에 질려 간절하게 살려달라고 요구했다”고 했다. 또 “쇼빈이 플로이드를 지속적으로 제압해 사망하게 한 것은 다른 2급·3급 살인이나 2급 과실치사 사건에서의 사례보다 더욱 길고 고통스럽게 지속됐다”고도 했다.

하안 셔츠와 회색 자켓을 입고 법정에 출석한 쇼빈은 형량이 선고되기 앞서 “플로이드 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쇼빈의 어머니 캐롤린 폴렌티는 “아들은 항상 자신의 삶과 시간을 경찰서에 바쳤다”며 “이번 사건 이후 데릭은 공격적이고 무정하며 배려심이 없는 인종차별주의자로 전락했지만, 이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니고 제 아들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법원에서 알리고 싶다”고 했다.

쇼빈은 지난해 5월 25일 위조지폐 사용 신고를 받고 출동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했다.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쇼빈은 플로이드를 바닥에 엎드리게 하고, 목을 무릎으로 눌러 제압했다. 플로이드는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하며 “숨을 못 쉬겠다”고 했지만 쇼빈은 이를 묵살한 채 9분 29초 동안 그의 목을 눌렀고, 플로이드는 결국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미국 전역에서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슬로건을 내건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