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가 1일(현지 시각) 건국기념일인 ‘캐나다의 날’을 맞았으나 초상집 분위기다. 캐나다 정부와 가톨릭 교회가 과거 원주민(인디언) 자녀들을 강제 수용해 학대한 어두운 과거가 드러나면서다. 정부와 민간단체들은 원주민들이 거부해온 건국기념일 관련 행사를 대폭 축소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캐나다 남서부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원주민 기숙학교가 운영됐던 부지에서 지난 5월 3~16세 어린이 215명의 유해가 쏟아져 나온 데 이어, 6월엔 서스캐처원주의 기숙학교 자리에서 어린이 751명이 묻힌 무덤터가 발견됐다. 국민들이 충격에 빠진 가운데, 캐나다 곳곳에서 규탄·추모 시위와 함께 교회 방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캐나다는 프랑스 식민지로 개발된 뒤에도 잔존한 원주민 문화를 말살시키기 위해 가톨릭 교회가 나서 18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100년 넘게 원주민 아동 15만명을 대상으로 한 기숙학교를 전국 139곳에 운영했다.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떼어 놓고 원주민 언어와 문화를 계승하지 못하게 백인·기독교 문화를 주입시키려는 정책이었다. 당시 사회적 차별 속에 빈곤과 알코올 중독 등으로 와해된 원주민 가정에서 아동들을 보호 수용한다는 명분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기숙학교에선 백인 동화 정책에 저항하거나 도망치려는 어린이를 상대로 한 구타와 방임, 성적 학대 등 가혹 행위가 빈번했으며, 어린이가 사망했을 때 가족에게 알리지도 않고 암매장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이번에 발견된 유해는 1000여구이지만 실제 사망자는 최소 3200명에서 1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캐나다 정부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6년간 이 기숙학교 문제를 조사한 뒤 ‘문화적 집단 학살’로 규정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어둡고 부끄러운 역사”라며 공식 사과하고, 식민지 시대 과오를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법정 공휴일(9월 30일)도 지정했다. 트뤼도는 지난 26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캐나다에 직접 와서 교회의 잘못에 대해 사과해 달라”고 요구했으며, 캐나다 원주민 대표단은 29일 “교황을 직접 만나 사과를 촉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