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반세기 간 여성 최소 60여명을 성폭행·추행한 유명 코미디언 빌 코스비(83)가 30일(현지시각) 성폭행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한 지 2년여만에 전격 석방됐다.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은 지난 2018년 성폭력 혐의로 최고 10년형을 받고 복역 중이던 코스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뒤집고 전격적으로 석방을 허용했다. 성폭력 혐의 자체가 없다는 판단이라기보다는, 그간 기소·판결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이유다.
코스비는 2004년 필라델피아 교외의 자택에서 모교인 템플대 교직원 안드레아 콘스탄드에게 약물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2005년 기소됐다. 그러나 주 검찰은 2015년 당시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코스비를 ‘성폭력 관련 진술에 대해 기소하지 않겠다’고 설득한 뒤 유죄 진술을 받아낸 뒤 약속과 달리 기소했다. 당시 재판에서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코스비의 다른 피해자들이 법정 증언대에 서기도 했다.
이를 두고 대법원은 “코스비가 공정한 사법절차를 누리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4대3으로 코스비의 석방에 손을 들어줬다. 다수 의견을 작성한 데이비드 웨흐트 대법관은 “정당한 법 절차 위반이 밝혀진 만큼 코스비를 이전의 상태로 완전히 되돌릴 수 있는 구제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유죄 선고 기각과 함께, 특정 혐의에 대해 향후 어떠한 기소도 금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코스비는 1990년대 한국에서도 방송된 ‘코스비 가족 만세’ 등을 통해 유명해진 인물로 ‘미국의 국민 아빠’로 불려왔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주변 여성 최소 60명에게 주로 약물을 먹여 항거불능 상태에서 성폭행했다는 고발이 2015년께부터 터져나오면서 성폭행 흉악범으로 전락했다. 대부분 공소시효가 만료돼 사법 처리를 할 수 없었는데, 2017년 미국을 휩쓴 ‘미투 운동’ 속에 코스비는 방송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미국의 미투 운동으로 실형을 받은 첫 번째 유명인사였던 코스비가 석방되면서 미 여성계 등은 분노하고 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와 CNN 등 언론 인터뷰에서 코스비의 피해자들은 “속이 뒤집힐 것 같다” “충격에 잠시 숨을 몰아쉬었다 “손이 덜덜 떨려 컵을 두 손으로 들어야 했다” “여성의 가치에 대한 슬픈 선언”이라고 말했다. 기소했던 검사도 “절망적”이라며 실망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