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선발 시험에서 1등을 하고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우주에 가지 못했던 80대 할머니가 마침내 꿈을 이루게 됐다. 세계 최고 갑부 제프 베이조스와 함께다.
미 우주탐사 기업 블루오리진은 1일(현지시각) 이런 사연을 가진 월리 펑크(82)가 이달 20일 예정된 민간인 우주 관광 로켓 ‘뉴 셰퍼드’에 탑승하는 단 한 명의 ‘명예 승객’이 된다고 밝혔다. 블루오리진 소유주 베이조스는 남동생 마크 베이조스, 최근 2800만달러(약 312억원)를 내고 좌석 경매에 낙찰된 익명의 부호, 그리고 한 명의 명예 승객까지 총 4명이 첫 우주 관광에 나선다고 밝혔는데, 그 마지막 한 사람이 바로 펑크다.
블루오리진 뉴 셰퍼드는 음속 3배 속도로 우주 경계선으로 불리는 고도 100㎞ ‘카르만 라인’까지 올라가, 약 3분간 무중력 상태로 우주에 떠서 지구를 내려다본 뒤 지상으로 내려올 예정이다. 펑크는 이런 우주여행의 역대 최고령자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국과 소련이 우주개발 경쟁에 돌입했던 1961년 NASA는 유인 우주비행을 계획하면서, 여성도 테스트에 포함시켰다. 이 ‘머큐리 프로젝트’ 시험을 통과한 여성은 총 13명으로, 펑크도 그중 하나였다. 심지어 펑크는 당시 테스트에 참가한 모든 남녀를 통틀어 1등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우주비행단에 여성 13명은 한 명도 들지 못했고, 남성만 7명이 뽑혀 ‘머큐리 세븐(Mercury 7)’이 됐다. 당시 NASA엔 ‘우주비행단은 전투기 조종 경력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는데, 공군 전투기 조종사는 남자에게만 허락된 직업이기 때문이었다.
탈락한 여성 13명은 ‘머큐리 서틴(Mercury 13)’으로 불리며 이듬해부터 의회 입법 로비에 나섰고, 항공기 조종사 등으로 진출했다. 펑크도 조종사로 약 2만시간을 비행했고, 연방항공청(FAA) 감독관 등으로 일한 뒤 은퇴했다.
‘머큐리 서틴’ 등의 노력 끝에 NASA의 남성 우주비행사 규정은 20년 뒤 폐지됐고 1983년 미국 첫 여성 우주비행사가 탄생했다. 이들의 스토리는 지난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머큐리 서틴’으로도 제작됐다. 베이조스도 이런 역사적 의미를 염두에 두고 펑크를 명예 승객으로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펑크는 이날 베이조스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동영상에서 “나는 이번 여행의 매 순간을 사랑할 것이다. 우후! 하하. 기다릴 수가 없다”면서 “그들은 ‘넌 여자잖아. 그거 못해’라고 말했다. 나는 ‘네가 뭐라든 상관없어. 나는 아무도 해보지 못한 일을 하는 게 좋아”라고 말했다. 베이조스는 “그녀보다 더 오래 우주 관광을 기다린 사람은 없다. 승무원이 된 것을 환영합니다, 펑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