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건국일인 독립기념일(7월 4일)을 하루 앞둔 3일(현지 시각), 각종 기념관과 박물관이 모여있는 워싱턴DC 시내 중심의 내셔널몰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링컨기념관 앞을 비롯한 곳곳에서는 아이스박스에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싣고 나온 상인들이 미 전역에서 몰려든 여행객들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백악관 주관의 독립기념일 행사가 열릴 아이젠하워 행정동 측면에는 대형 성조기가 내걸렸다.
4일 밤 9시9분, 이곳에서는 미국의 여름을 장식하는 백악관 앞 불꽃놀이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워싱턴기념탑 주변의 불꽃놀이 행사를 앞두고, 주변엔 출입통제선이 이미 설치돼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대면 콘서트나 퍼레이드는 취소됐지만, 백악관은 백악관 주관의 독립기념일 행사를 위해 미 전역의 1000명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델타 변이 확산 속에 백악관 행사를 해도 되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백악관은 참석 직전에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라는 단서만 붙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3월 11일 취임 후 첫 ‘프라임타임(황금 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쯤에는 여러분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야외에서 요리나 바비큐를 해먹으면서 독립기념일을 축하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만약 우리들이 함께 각자의 할 일(백신 접종)을 한다면 길고 힘들었던 한 해 뒤에 우리가 나라로서 독립한 것뿐만 아니라 이 바이러스로부터 독립한 것을 기념하기 시작하는 정말 특별한 독립기념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 독립기념일'의 성립 조건으로 ‘미국 성인 70% 백신 접종’을 내걸었다. 현재 미 성인의 68%는 1회 이상 백신을 맞았다. 70% 이상 백신 접종이란 목표를 달성한 주는 50주 중 20주 밖에 되지 않는다고 CBS 뉴스는 전했다.
이처럼 ‘목표 달성'에 실패했지만 미국 사회는 이미 코로나 독립을 이룬 분위기다. 미국 교통안전청은 지난 1일 미국 전역의 공항 검색대를 통과한 승객이 214만7090명으로, 2019년 같은 날보다 5만8330명 더 많았다고 밝혔다. 코로나 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2년 전보다 항공편을 이용한 승객이 늘었다는 뜻이다.
지난 6월 11일 올해 들어 처음으로 공항 이용객이 200만명을 넘긴 후, 6월 한 달 중 미 전역의 공항 이용객이 200만명을 넘은 날은 열흘이나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은 미 교통안전청이 새로운 기록을 세우는 날이 될 수 있다”고 했다. ABC 방송 미 자동차협회(AAA)가 2~5일 자동차로 50마일(약 80km) 이상 여행하는 사람이 436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코로나 전인 2019년보다 5% 늘어난 것으로 역대 가장 많다.
미국의 공중 보건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조차 사람들이 코로나 예방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동남부,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늘고 있고 그중 25% 이상이 델타 변이 감염자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높은 동북부와 서부 해안 지역에서 오히려 마스크 착용 등 예방 조치를 열심히 하고,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이 예방 조치에도 소홀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아디티 네루카 하버드의대 세계보건전문가는 “미국에 퍼져있는 생각은 여름이 왔고, 전염병 대유행은 끝났으며, 파티를 시작해도 된다는 것이다.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생각이 더 팽배해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그는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에서는 7월 4일 주말이 필요한 예방 조치 없는 ‘초전파 행사(superspreader event)가 될 것이 우려스럽다”면서 “이런 곳에서 마스크 없이 먹고 어울리면 ‘델타 변이를 퍼트리는 배양 접시’가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