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은 4일(현지 시각) 수도 워싱턴DC는 '코로나 독립'을 맞은 듯 축하인파로 북적였다.

독립기념일을 맞은 4일(현지 시각), 미국의 수도 워싱턴DC는 마치 정말 코로나19로부터 독립한 듯한 분위기였다. 워싱턴DC와 뉴욕 등에서는 독립기념일 불꽃놀이에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은 죽음의 바이러스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는 데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다가서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DC 시내에는 백악관을 중심으로 서쪽의 링컨기념관부터 동쪽의 미 의회 의사당까지 이어지는 길이 3km, 폭 1.8km의 녹지 공간이 있다. 이곳을 ‘내셔널 몰'이라고 부르는데, 이날 오후 이곳은 독립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인파로 가득차 있었다. 코로나가 심각했던 올해 초까지 유령도시처럼 텅 비어있던 거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골목골목까지 북적였다.

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중심의 '내셔널 몰'에서 독립기념일 불꽃놀이가 열렸다. 독립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AFP 연합뉴스

독립기념일 축하 불꽃놀이를 앞두고 경찰 당국은 오후 1시부터 이 일대의 차량 통행을 차단했다. 그럼에도 지하철과 도보로 몰려든 사람들로 기념품점, 푸드트럭, 간이화장실 앞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불꽃놀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내셔널 몰 주변엔 높은 펜스가 설치됐다. 안에 들어가려면 보안검색대가 설치된 4곳의 출입구를 이용해야 했는데, 불꽃놀이 시각이 다가오자 이 앞에 늘어선 줄이 500m 가량 이어졌다. 검색대 통과에만 30분 이상 걸렸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7월 4일 ‘코로나 독립'의 조건으로 제시했던 성인 70% 백신 접종은 근소한 차이(68%)로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이번 7월 4일 미국이 돌아온다”며 “백신 접종에 나서준 수많은 미국인들 덕분에 우리는 기쁨과 자유의 여름으로 향하고 있다”고 썼다. 워싱턴DC는 다른 20주와 함께 성인 백신 접종 70% 이상을 달성한 지역이다. 이 때문에 거리를 채운 인파 중에도 대다수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각) 백악관 발코니에서 부인 질 여사 및 손녀들과 함께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A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 내외는 코로나 대응의 최전선에 있었던 응급 의료 요원과 군인 가족 등 1000명 이상을 백악관에 초청해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이날 오후 7시30분쯤부터 백악관 남쪽 마당에서 열린 행사를 취재한 풀 기자는 “이것은 파티(it is a party)”라며 “달리 묘사할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성조기를 상징하는 커다란 빨강, 하양, 파랑 구(球) 장식이 나무마다 내걸렸다. 해군 군악대가 음악을 연주하는 가운데 어린이들을 위한 간이 놀이터 사이로 1300~1500명의 초청객이 들어찼다.

불꽃놀이에 앞서 연단에 오른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미국을 축하합니다”라고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 자유, 우리 독립을 축하한다”며 “7월 4일은 미국의 신성한 날이고 역사, 희망, 기억, 결의, 약속과 가능성의 날”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종식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미국이 “죽음의 바이러스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는 데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다가서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스케줄 뒤에 항상 코로나 사망자 숫자를 적어 놓고 다닌다며 “오늘 밤까지 60만3018명의 미국인이 생명을 잃었다. 우리는 그들을 모두 기억한다”고 했다.

미국 워싱턴DC 중심의 워싱턴기념탑 주변에 4일(현지 시각) 독립기념일 축하인파가 몰려 있다. /UPI 연합뉴스

잠시 후 일몰 시간인 오후 9시9분에 맞춰 백악관 앞 워싱턴기념탑 앞에서 시작된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약 20분 간 화려한 불꽃놀이가 워싱턴DC 상공을 장식했다. 잠시 폭죽 터지는 소리가 멎자, 미국인들의 자부심을 담은 “유에스에이! 유에스에이!”란 구호가 자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7월 4일 (워싱턴)DC의 수많은 사람들은 거의 정상에 가까운 독립기념일을 축하했다”고 보도했다. 평소 불꽃놀이와 함께 이뤄지는 차량 퍼레이드나 콘서트는 없었지만, 시내 곳곳에서 심야까지 떠들썩한 음악소리가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