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뉴욕주 북부 드레즈든 지역의 ‘핑거호(湖)’의 가장 큰 호수인 세네카 호수의 수온이 너무 올라 따뜻한 온천을 방불케 하고 있다고 한다. 평소 잡히던 물고기가 잡히지 않을 정도다. 이유는 세네카 호숫가에 자리 잡은 ‘그리니지 제너레이션’이라는 비트코인 채굴 회사 때문이라고 미 NBC가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회사는 8000대 이상의 고성능 컴퓨터를 24시간 돌리는데, 여기에서 엄청난 열이 발산되면서 거대한 호수의 수온까지 올려버린 것이다.
가상 화폐 ‘채굴’은 컴퓨터를 동원해 복잡한 수학 연산을 풀고, 그 보상으로 가상 화폐를 얻는 식으로 이뤄진다. 성능이 좋은 컴퓨터를 되도록 많이 사용할수록 얻는 가상 화폐도 많아진다. 수백, 수천대의 특수 제작 컴퓨터가 동원되기도 한다. 이 컴퓨터들이 쉴 새 없이 가동되기 때문에 가상 화폐 채굴 과정은 엄청난 전기를 소비하며 동시에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에선 고열이 발생한다.
그리니지 제너레이션이 자리 잡은 비트코인 채굴 공장은 1930년대 이후 석탄 발전소였지만 2009년 가동을 멈췄다. 2017년 이 발전소를 인수한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발전소를 소유한 비트코인 채굴회사’롤 표방하고 2019년 천연가스를 원료로 재가동에 들어갔다. 올해 뉴욕증시 상장 계획이 있으며, 채굴용 컴퓨터도 1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뜻밖에 ‘호숫물 수온' 상승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호수의 이상 수온 상승 현상에 놀란 인근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연일 그리니지 제너레이션 앞에서 “당장 공장 가동을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에 들어가는 전력 에너지는 연간 129TWh(테라와트시)가 넘는다. 이는 남미 칠레나 아르헨티나, 북유럽 스웨덴·노르웨이 같은 나라가 연간 사용하는 전체 전력량보다도 많다.
또 채굴 자체가 에너지 집약 산업이어서 채굴업자들은 값싼 전기, 즉 화석 연료에 의존하기 쉽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이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각국의 노력을 거스르는 ‘더러운 화폐’라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NBC는 “화폐는 가상이지만 소모하는 전력과 화석 연료는 진짜”라고 했다.
비트코인 채굴 업체들은 70%가 중국에 집중돼 있다. 최근 중국이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맞추려 채굴 업체들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내몽골 등 해외로 내쫓고 있는데, 이들이 전력 비용이 싸고 환경 규제가 적은 미국 텍사스로 옮기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중국발 규제로 공급량이 제한된 비트코인 채굴의 경쟁자가 적어지면서 오히려 채굴업자들이 가져가는 수익은 증대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6일 3만6000달러(4000만원)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