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하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탈퇴하고 한·미(韓美) 동맹을 파기하겠다는 뜻을 사석에서 (참모들에게) 밝히곤 했다. 에스퍼(마크 에스퍼 당시 국방장관) 등 참모들은 트럼프에게 선거 전에 이들 국가들과 결별은 정치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그래(yeah), 두 번째 임기 때. 두 번째 임기가 되면 할거라고’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3일(현지시간) 자사 기자인 캐럴 리어닉과 필립 러커가 쓴 ‘나 혼자만이 해결할 수 있다: 트럼프의 재앙적 마지막 해’ 책 내용 소개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언급을 소개했다. 이 책은 트럼프 행정부 마지막 해인 작년 코로나 팬데믹 상황 및 재선 분위기와 이후 불복 과정 등을 담았다.
책에는 트럼프가 비공식적으로 나토를 탈퇴하고 한국과의 동맹을 끊겠다고 공공연히 말했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트럼프는 앞서 재임 시절 한국 정부에 주한미군 주둔에 필요한 방위비 분담금을 최대 5배 수준으로 올릴 것을 요구하는 등 집권 내내 한국 등 동맹국에게 ‘안보 무임승차론’을 꺼내고 압박했었다.
◇패색 짙어지자 트럼프 분노 “저들이 승리 훔쳐”
대선 당일인 지난 2020년 11월 3일 밤 11시 20분 폭스뉴스에서 처음으로 애리조나주(州) 선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를 예측하자 트럼프는 크게 화내며 참모들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볼 것으로 지시했다고 한다. 애리조나에 이어 트럼프가 앞서가던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바이든이 역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트럼프는 백악관의 선거상황실로 직접 찾아가 참모들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트럼프의 36세 둘째 아들인 에릭 트럼프도 선거캠프 관계자들에게 “당신들이 이렇게 해도 (우리가) 돈을 주네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요”라고 외쳤다고 한다.
트럼프는 선거 다음날 새벽 2시 바이든의 승리가 예상되는 결과에 대해 “미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라며 “우리는 연방대법원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주의자 에스퍼 장관, “민주당 응원”
책에는 마크 에스퍼 당시 국방장관이 선거 당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로 나온 민주당을 응원했다고 측근에게 말했다는 일화도 있었다. 보수주의자인 그는 과거 미 상원의 참모일 때 상원 의원이던 바이든 대통령, 토니 블링컨 현 국무장관과 함께 일했었다. 책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이들이 국가 안보를 강화(shoring up the national security)하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진지하고 안정적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에스퍼 전 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 자신을 해임할 것임을 알고 사표까지 준비해 뒀지만, 대선 후 최소 며칠 간이라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희망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기간 군에 무슨 일을 할지 우려했기 때문이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도 대선 당일 밤 친구인 퇴역 군인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헌법에 충성해야 한다. 당신은 이 공화국의 안정성을 상징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트럼프의 지시에 무조건 따르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