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항공 A350 여객기. /조선DB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이 형태에 따라 알파, 베타 등 그리스 문자가 붙는다. 영문과 숫자가 결합된 변이 바이러스의 이름을 그리스 문자로 줄여 부르기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결정하면서다. 최근에는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가 확산하고 있는데, 이 명칭을 반기지 않는 기업이 있다. 미국의 델타항공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 시각) “항공업계가 가까스로 코로나를 견디고 있는 와중에 델타항공이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불운한 처지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항공업계는 코로나로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여행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웅크리고 있던 항공업계는 코로나 백신이 보급되면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하지만 델타항공은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 ‘델타’ 변이로 인해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것이 우려되어서다.

에드 배스천 델타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것(델타 변이)을 그냥 변이라고 부른다”며 의식적으로 ‘델타'라는 언급을 피했다. 델타 임원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와 자사 명칭의 연관성이 회사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베스천 CEO는 최근까지는 항공권 예약 감소 등 직접적 영향이 없었다고 했다.

델타의 사명과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델타항공은 창업 초기 비행기 농약살포 사업을 시작했던 미시시피 삼각주(delta)의 이름을 따서 회사 명칭을 정했다. WHO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에 그리스 문자를 붙이기로 결정하면서 “간단하고, 말하거나 기억하기 쉽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역명에 붙이면 차별과 편견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근거가 됐다.

코로나로 인해 기업 이미지에 불똥이 튄 건 델타항공 뿐만이 아니다. 미국 컨스털레이션사(社)다. 이 회사는 코로나 맥주를 생산한다. ‘왕관’을 뜻하는 스페인어에서 따온 명칭이다. 코로나 확산 초기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 회사는 지난해 WSJ에 “실제 맥주 판매량은 줄지 않았다”고 했다.

델타항공과 코로나 맥주 트윗 계정이 코로나 바이러스와 델타변이 확산 상황에 대해 불평한 트윗. 미국의 한 네티즌이 합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위터

트위터에서는 델타항공과 코로나 맥주가 트위터를 통해 불평을 주고받은 듯한 대화가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델타항공 계정에 올라온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에) 델타라는 이름을 붙인 천재는 X먹어라”는 글을 놓고 코로나 계정이 “X 같은 상황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한 것이다. 다만 두 회사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는 이런 글을 찾을 수 없다. 한 네티즌이 합성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