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미(美) 국가안보회의(NSC)의 한 당국자는 백악관 남쪽 공원 지대인 일립스 인근을 걷다가 원인 모를 이명(耳鳴)과 두통에 시달렸다. 어지러움과 메슥거림이 이어졌다. 2019년 11월 워싱턴 근처 버지니아주(州) 교외 지역에서 강아지와 산책을 하던 백악관 직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들의 증상은 ‘극초단파(microwave)’를 이용한 고주파 공격이 원인이었다.

CIA 홈페이지 캡쳐

미 정부 기관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했던 ‘고주파 공격’에 대해 합동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미 CIA(중앙정보국)가 최근 내부 태스크포스(TF) 수장에 알카에다의 수뇌 오사마 빈라덴을 쫓았던 베테랑 요원을 앉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앞서 2016~2017년 남미 쿠바 수도 아바나에 주재하던 미국과 캐나다 외교관과 가족 40여명도 비슷한 공격을 받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이명과 구토, 두통 등을 통틀어 ‘아바나 신드롬’ 괴질로 불리고 있다.

WSJ는 “명확히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이 베테랑 요원을 TF 수장에 앉힌 것은 명확한 근원이 밝혀지지 않은 공격의 근원을 좀 더 빨리 찾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 TF 수장은 CIA 대테러센터 출신으로 빈 라덴 및 알카에다 추적에 초점을 맞춘 정보 분석 작업을 10년 이상을 담당했다고 한다. 익명을 요청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WSJ에 “빈 라덴의 경우엔 (추적) 타깃이 명확했지만, 이번엔 설명되지 않는 현상의 배후에 누가 있는 지 등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했다.

일부 미 정보 당국은 이 공격에 러시아 첩보조직인 정찰총국(GRU)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5~6년 전부터 극초단파로 사람의 뇌를 노린 ‘고주파 공격 무기’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초단파의 주파수는 매우 촘촘해 철제와 콘크리트도 뚫을 수 있다. 또 극초단파는 사람의 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측두엽에 전달돼 뇌 신경을 손상시킬 수 있다.

WSJ는 “일부 전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이 공격이 러시아로부터 온다고 의심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고 모스크바(러시아 정부)도 이를 부인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