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활동 중인 탈북자 출신의 북한 인권운동가인 박연미(27)는 지난 7일, 미국의 한 팟캐스트 방송 인터뷰에서 작년 8월 14일 시카고 시내에서 당한 노상강도 경험을 털어놨다. 아기, 보모와 함께 길을 가던 중에 시카고 도심의 색스 피프스 애버뉴(Saks Fifths Avenue) 백화점 근처에서 흑인 3명에게 지갑을 빼앗겼다. 박씨는 뒤쫓아가 흑인여성 한 명을 붙잡았고 경찰에 신고하려고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갑자기 붙잡힌 흑인 여성이 박씨에게 “당신, 인종차별주의자야. 내 피부색이 이렇다고, 내가 도둑은 아니다”고 소리질렀다. 완전히 적반하장이었다. 몰려든 20여 명의 백인 행인들도 박씨의 신고를 막았고, 흑인 여성과 박씨의 가슴을 치고 핸드폰을 빼앗아 바닥에 내던졌던 흑인 남성을 모두 달아나게 했다. 박씨는 “거리 구경꾼들은 백인들이었는데, 나를 ‘인종차별주의자’라며, ‘피부색으로 그들이 도둑이 되는 것이 아니다’고 비난했다”고 말했다. 한 백인 여성은 박씨를 가리키며 자신의 아이들에게 “인종차별주의자 좀 봐라. 저게 우리 문제야”라고 했다.
◇ 흑인 범인들을 놔주고, 피해자를 ‘인종차별주의자’로 몰아
박씨는 범인들이 도망간 뒤, 인근 가게에 들어가 911 신고를 했다. 시카고 경찰은 지난 1월 감시카메라로 당시 현장을 살펴보고 범인 중 한 명이 빼앗아간 박씨의 신용카드로 택시를 탄 내역을 추적해서, 범인 중 한 명인 흑인 여성(29)을 붙잡았다. 이미 3건의 폭력‧절도‧신분 도용 전과가 있었던 이 여성은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에, ‘강도 혐의’가 아닌 ‘불법적인 구속’ 혐의로만 기소돼 2년 형을 선고받았다.
박씨는 이날 방송에서, 이 일을 계기로 미국 좌파들이 주도하는 이른바 “깨어난(woke) 의식 운동에 맞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여 명의 구경꾼들이 자신의 경찰 신고를 막는 것을 보면서, “이 나라도 지고 있다(This country lost it)”고 생각했다. 그는 “이런 일이 북한에서 일어나더라도, 사람들은 피해자를 돕지, 그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대에선 “제임 오스틴 소설 좋아한다”고 말했다가 꾸지람 들어
박씨는 지난 6월 14일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2016년 명문 컬럼비아대로 편입한 뒤 자신이 겪었던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문화가 얼마나 반미(反美)적인지에 대해서 털어놨다. 그는 “이 행운과 시간, 에너지를 쏟아서 어떻게 사고(思考)하는지를 배우리라 기대했는데, 학교에선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대로만 생각하기를 강요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학교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제인 오스틴과 같은 고전 문학 작가들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교직원은 “그 작가들이 식민지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고, 인종주의자들이고 편협한 걸 아느냐. 잠재적으로 당신을 세뇌시켰다”고 박씨를 나무랐다. 박씨는 또 “미군 승냥이 4명 중에서 2명을 쏴 죽이고 남은 승냥이 수를 따지는 것으로 산수를 가르치던 북한과 같이, 컬럼비아대 강의실마다 반미주의가 전염돼 있었다”고 했다.
박씨는 또 성(性‧gender)과 언어에 침투한 ‘정치적 올바름’ 문화 탓에 큰 혼란을 겪었다. 그는 “영어는 내게 세 번째 언어라 아직도 ‘he’와 ‘she’를 실수할 때가 있는데, 학교에선 그냥 (중성인) ‘they’를 쓰라고 했다”며 “마치 문명의 퇴보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입을 다무는 법”을 배웠다. 박씨는 “미국은 북한과 다른 줄 알았는데, 반(反)서구적 태도, (백인‧서양으로 갖는) 집단적 죄의식 등 북한과 유사성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북한도 많이 미쳤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 “미국 사람들, 자기 권리와 힘을 정부에 넘기지 못해 안달”
박씨는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또 “미국 애들은 억압받고 불의를 겪는다고만 얘기하고, 자유를 당연시하니까 실제로는 자유를 얻기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13세때 엄마와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넌 뒤 인신매매범에게 엄마와 함께 팔리고 기독교 단체의 도움으로 몽고로 탈출해 고비사막을 말 그대로 걸어서 남한에 정착한 사실을 밝혔다. 박씨는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자기 권리와 힘을 정부에 넘기지 못해 안달이다. 나는 그게 제일 두렵다”고 했다.
◇”북한에 있을 때, 뚱뚱한 지도자 동지도 함께 굶주린다고 생각”
박씨는 “나는 북한에 있을 때 위대한 지도자 동지가 제일 뚱뚱한데도, 그 역시 굶주리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한 친구가 ‘어떻게 모든 사람이 못 먹어서 말랐는데, 지도자만 뚱뚱할 수 있느냐’며 사진을 보여줬을 때, ‘아, 어떻게 그가 뚱뚱하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을까’라고 스스로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는 내가 한 번도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며 “그런데 이게 지금 이게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보지만,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잃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북한은 위대한 사상가도, 인터넷도, 아무것도 없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여기[미국]는 모든 것을 가졌는데, 사람들은 그냥 세뇌당하기를 택했고, 이런 사실조차 부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미국엔 법치(法治)도, 도덕도, 옳고 그름도 없다. 완전히 혼돈이다. 그들[극단적 좌파]이 원하는 것은 이 모든 것을 파괴하고, 공산주의 낙원을 세우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폭스 뉴스의 이 기사엔 절대 다수가 박씨의 의견에 동의하는 1만51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박씨는 2014년 10월 아일랜드의 ‘세계 젊은 지도자 회의(One Young World Summit)’에서 연설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2016년 미국에서 결혼해 정착했으며, 유튜브에서 ‘북한의 소리(Voice of North Korea)’라는 북한의 현실을 고발하는 영어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