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파죽지세로 아프간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미(美) 당국이 아프간 주재 자국 대사관에 ‘민감한 물품을 파괴하라’고 지시내렸다고 CNN이 13일(현지 시각)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미 정부는 최근 아프간 수도인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에 “선전 활동에 악용될 수 있는 경우를 비롯해 민감하게 다뤄지는 물품을 파괴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긴급 파괴 임무(Emergency Destruction Service)’라고 불린다. 파괴 대상으로는 민감한 내용을 담은 서류 등을 비롯해 전자 기기, 대사관이나 기관 로고가 박힌 물품, 국기 등이 포함됐다. 파쇄나 소각 등 다양한 방식의 파괴 방법까지 자세히 하달됐다고 한다. CNN은 “여러 도시가 계속 탈레반에 넘어가는 가운데, 아프간 현지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상황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대사관 기능 자체를 현재 카불에서 카불 공항으로 이전하는 방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4일 아프가니스탄 내 미국 요원의 안전한 감축 등을 위해 기존보다 1000명 늘어난 총 5000명의 미군을 배치한다고 백악관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들은 미국과 동맹국 요원의 안전한 감축, 그리고 아프간전 때 미국을 도운 현지인의 대피를 돕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아프간에서 추가 유혈사태를 막고 정치적 합의를 추진하기 위해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을 지원하라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요원과 임무를 위험에 빠뜨리는 어떤 행동도 미국의 신속하고 강력한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탈레반 측에 전달했다”고 했다.
CBS 방송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은 72시간 내에 소수의 핵심 인력만 제외하고 주아프간 대사관 직원의 대규모 대피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