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후반기 한·미 연합 훈련이 16일 공식 시작된 가운데,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 대사는 이날 RFA(자유아시아방송) 인터뷰에서 “단순히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오기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포기하는 것은 헛수고”라고 했다. 최근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핵 전쟁’ 운운하고 있는 북한과 ‘연합훈련이 대북 대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여권(與圈) 일각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대사 /조선일보db

해리스 전 대사는 이날 “미군은 한국군과 함께 군사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며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 년의 시간을 잃은 점을 고려하면 한미 연합 훈련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어 “또 현재 훈련은 실제 병력이 투입되지 않고, 컴퓨터를 이용한 모의 훈련일 뿐”이라며 “협상의 결과로서 한미 연합 훈련이 축소되는 것이라면 완벽하지만, 협상도 하기 전에 (훈련을) 취소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한미 연합훈련 재개가 남북 및 미북 관계 진전에 걸림돌이 될 거란 일각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한미 훈련이 미북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희미한 가능성 만으로 한미 양국이 어떤 비상사태에 대비할 준비를 못 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만약 북한이 일 년 전, 아니면 6개월 전 심지어 두 달 전에만 협상 제안에 응했다면 한미 훈련의 규모나 범위 등을 줄이거나 바꾸는 논의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결국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지 않은 것”이라며 “북한은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는 게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는 북한의 예측 불가능성을 보여준다”며 “그럴수록 한미 양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갖추기 위해 함께 훈련해야 하는 절대적 필요성이 강조된다”고 했다.

그는”군 지휘관으로서, 전 주한 미국 대사로서의 경험에 빗대어 말하자면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늘 반대할 것이다 심지어 북한이 모종의 도발을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는 “공개적으로 한국 정부에 조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과거의 실패한 접근을 피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임기 초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미북 정상회담을 거쳤지만, 북한 비핵화 등에선 진전을 보지 못한 상황을 에둘러 지적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어 “북한에는 능수능란한 협상가들이 있고, 우리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며 “북한을 상대할 때 현실주의에 기반한 이상주의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