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과 인근 호텔에서 거대 폭발 테러가 발생한 가운데, 카불 현지에 있는 미 정부 관리들이 탈레반 측에 미국 시민, 영주권 소유자, 아프간 협조자 명단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26일(현지 시각)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이는 자국민들과 아프간 협조자들의 아프간 공항 외곽지역 진입을 가능하게 하도록 탈레반에 협조를 구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 시민들의 명단을 탈레반에게 건낸 것을 두고, 미 국회의원과 군 당국자들이 미 본토에서 격분했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이 논란은 이번 주 초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미 의회에 카불의 상황을 두고 기밀 브리핑을 하면서 드러났다고 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료는 탈레반과 미군의 긴밀한 협력에 대해 옹호하면서, 미 시민들과 아프간인들의 명단을 탈레반에 전달하는 것이 이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공항에 주둔하고 있는 탈레반과 수천 명의 미군들 사이의 총격전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의 미 당국자는 “백악관이 공항 밖의 모든 상황을 탈레반이 통제하도록 허용했기 때문에 (명단을 제출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폴리티코는 “탈레반은 2001년 9·11 테러와 연루된 테러 단체로, 사실상 미군이 이번 자국민 탈출 작전을 수행하는데 탈레반에 의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군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카불의 미 관리들이) 우리를 도운 아프간들을 ‘사살 리스트’에 올린 것이나 다름 없다”며 “공포 스럽고 당혹스러운 결정”이라고 했다. 아프간을 관할하는 미국 중부사령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