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작년 3월 일제히 문을 닫았던 미국 공연의 메카 브로드웨이가 14일(현지 시각) 다시 문을 열었다. 브로드웨이가 1년 반 동안 문을 닫은 것은 ‘역사상 가장 긴 셧다운’으로 표현된다. “코로나 팬데믹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뉴욕에서 브로드웨이의 재개장은 상징적인 지표 중 하나”라고 뉴욕타임스 AP 통신 등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날 오후 4시부터 무대에 오른 뮤지컬 작품들은 ‘해밀턴’ ‘라이언 킹’ ‘위키드’ ‘시카고’ 등 대형 유명 공연 위주였다. 모든 공연마다 객석은 만석이었다. 오랜만에 뮤지컬 공연을 관람하려는 팬들이 뉴욕은 물론 미 전역에서 몰리면서 공연표는 예년보다 가격이 20~30%씩 뛰었다. 그런데도 표가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이들 작품에 이어 오는 24일 ‘물랭 루주’와 내달 ‘팬텀 오브 오페라’ 등이 속속 공연을 재개, 올 연말까지 최소 30개 이상의 뮤지컬이 관객을 다시 맞는다.
이날 맨해튼 리처드로저스 극장 앞에선 재개장을 축하하는 기념 공연이 열렸고, 각 작품의 작곡가와 관계자들이 공연 전 로비에서 관객들을 맞았다. 공연장 앞에는 관객과 구경하는 행인 등이 몰려 밤중까지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
타임스스퀘어에는 ‘브로드웨이가 돌아왔다’는 대형 간판이 들어섰고, ‘라이언 킹’ 등 뮤지컬 배우들의 거리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타임스스퀘어의 할인 티켓 판매소도 문을 열었고, 당일 ‘떨이’로 남은 브로드웨이와 오프 브로드웨이(브로드웨이 외곽 지역의 소극장 거리) 티켓을 파는 티켓부스(TKTS)도 돌아왔다.
배우들은 “1년 이상 기다림 끝에 무대에 서게 됐다”며 기뻐했다. 뮤지컬 출연진과 스태프들은 팬데믹으로 극장이 문을 닫자, 식당 종업원이나 우버 배달 등 생계를 위해 여러 일을 하며 어렵게 살아왔다고 한다. 이들은 올 들어 뉴욕의 관광 산업을 서둘러 정상화하려는 뉴욕시의 방침 속에 ‘필수 인력’으로 분류돼, 코로나 백신을 일반 시민들보다 빨리 2~3월에 맞은 뒤 9월 공연을 목표로 수개월간 연습과 무대 준비에 몰두해왔다.
예년과 달라진 것은 관객들이 입장할 때부터 모두 마스크를 쓰고 코로나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시하는 등 방역 지침이 적용되는 것이었다. 공연장들은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12세 미만 어린이 관객은 코로나 검사 음성 확인서를 내도록 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실내에서 다수가 장시간 체류하는 공연 재개는 아직 위험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날 일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뉴욕이 컴백한 거대한 밤”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뉴욕에 대해 사람들이 먼저 떠올리는 것은 예술과 문화의 수도라는 사실”이라며 “브로드웨이가 정상 운영될 때 이 도시의 삶이 비로소 돌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로드웨이 공연가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 연 9만7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관객 1400만명이 티켓 구매에 20억달러(약 2조3500억원)를 지출하는 뉴욕의 주요 산업으로 꼽혔다.
다시 생기를 찾는 건 뮤지컬뿐만 아니다. 지난주 뉴욕 패션위크와 메트 갈라(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의상연구소의 기금 모금 행사) 등 패션 업계 활동도 다시 시작됐다. 앞으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뉴욕시립발레단, 카네기홀 등 다른 공연 단체와 극장들도 속속 재가동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