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 시각) 사설에서 “퇴임을 앞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이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이 ‘인도적 원조’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어떠한 원조도 평양 엘리트층에 혜택을 주고 김씨 왕조만 강화할 것”이라며 “인도적 지원은 북한의 구체적이고 검증가능한 (비핵화) 양보 없이 나와선 안 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WSJ는 이날 ‘북한의 핵 유혹-평양의 핵개발 저지는 채찍과 당근 모두 실패했다’는 제목의 무기명 사설을 온라인에 게재했다. WSJ는 이번 북한 탄도 미사일 발사 도발과 관련해 “장기 제재로 악화하는 북한 경제 속에 김정은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의지를 시험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도발이 뒤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신문은 빌 클린턴 미 행정부 때부터 북한이 ‘먼저 나쁜 짓을 하고 과장된 위협을 한다→그다음 비난 수위를 낮추고 대화에 합의한다→마지막으로 양보를 손에 넣고 이전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예측 가능한 협상 전략’을 수십년간 되풀이했다고 지적했다.
WSJ는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고난의 행군’을 시작할 위기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은 바이든 정부가 내놓은 새 대북 정책도 구체적 내용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북한은 최근 순항미사일·탄도미사일 발사로 바이든 정부에 협상을 하자고 꾀어내고 있지만, 핵 포기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미국이 협상에 나선다면 실패한 역사가 되풀이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WSJ는 “북한 무기 개발에 대한 미약한 사찰과 제한을 대가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북한에 또 ‘우릴 속여도 된다’는 초대장을 주는 셈”이라며 “미국은 김씨 일가가 핵무기 포기를 결정하면 협상의 문을 열어야 하지만, 그때까지는 제재와 군사적 억지를 유지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