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 당시 임명된 로버트 킹 전 미(美)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북한 인권에 대해선 손을 뗐다”며 “인권과 북한 포용 성공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에 낮은 점수(low rating)을 주겠다”고 16일(현지 시각) 밝혔다.
그는 최근 본지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중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비핵화 협상 등에 임하기를 꺼려왔다”며 “2018년과 2019년 4차례의 정상회담은 남북 관계 개선에 큰 진전이 없었다”고 했다. 킹 전 특사는 지난 2008년 사망한 톰 랜토스 하원 외교위원장의 비서실장 출신으로 랜토스 위원장을 25년 동안 보좌했다. 지난 2008년 미 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와 2004년 북한인권법 발의에 관여했다.
킹 전 특사는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양국 관계의 진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인권 문제는 더 긴밀한 관계가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피해온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악의 인권 유린 정권으로 꼽히는 북한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북한의 내부 인권 문제를 외면했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이어 “그러나 이런 접근법은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에 대해선 “북한 정권은 미국과의 진지한 안보 협상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들은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과 협상한 이후 25년 넘게 진전을 계속 미루고 있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거듭된 노력이 실패했다”고 했다. 북한의 여러 차례에 걸친 도발과 이어진 협상 국면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북한 인권이 핵 협상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 ‘진짜 이유’였다면 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때 진작 진전을 봤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인권을 포기했음에도, 여전히 북한과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인권의 가치에 대한 우리의 믿음 때문에 (북핵) 협상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북한은 단순히 협상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북한 인권 특사 지명이 늦춰지고 있는 데 대해선 “지명과 인준 과정을 마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했다. 최근 아프간 미군 철수 등 현안 들이 많은 만큼 상원 인준 절차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킹 전 특사는 “지난 2009년 9일 나는 북한 “인권특사로 지명됐고, 미 상원은 다음 달 지명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이후 11월 말 상원에서 인준을 받았다.”며 “그 임명은 미국 기준으로는 매우 빨랐던 것”이라고 했다.
킹 전 특사는 우리 정부가 유엔 인권이사회 및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에 지속적으로 불참하는 데 대해선 “실망(disappointed)했다”라고 했다. 그는 “문 정부가 이러한 유엔 인권결의안을 지지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뭔지는 안다”면서도 “나는 이 문제에 대한 문 정부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남북 대화를 위해 인권 문제를 눈감는 한국 정부 입장에 찬성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한미 관계에 대해선 “한국은 미국과 가까운 동맹국이며 우리 두 나라는 오랜 기간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며 “이런 우정의 표시로 안토니 블링컨 국무국과 일본을 방문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 문제 등에 대한 이견을 해소했다”며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처음으로 초청한 방문자 중 한 명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