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대형항공사 아메리칸 항공과 저비용항공사 제트블루항공이 황금노선으로 꼽히는 뉴욕~보스턴 구간에서 운항 전반에 대해 협력하는 제휴를 선언하자 연방 법무부가 반독점 소송에 나서며 제동을 걸었다. 대형 항공사들간의 동맹체 체결로 인해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해지면서 소비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는 취지다. 코로나 대유행 이후 점차 살아나고 있던 항공 여행업계에 이번 소송이 어떤 결과를 미칠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 법무부는 21일(현지시각) “아메리칸 항공과 제트블루 항공의 전례없는 운항제휴를 무산시키기 위한 반독점 소송을 메사추세츠 연방지법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아메리칸 항공 소속 항공기가 보스턴 로건 공항에 서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이번 소송에는 법무부와 함께 애리조나·캘리포니아·플로리다·매사추세츠·펜실베이니아·버니지아·워싱턴DC 등 7곳의 연방지검도 함께 참여했다. 두 항공사는 지난 4월 뉴욕~보스톤 노선에서 운항에 관한 전반사항을 협력하는 제휴인 ‘노스이스트 얼라이언스(Northeast Alliance)’ 맺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흔히 얼라이언스라고 불리는 항공동맹체는 주로 국적이 다른 외국 항공사들끼리 맺는 전략적 제휴로 항공업계의 대세였지만, 미국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는 항공사간 제휴를 맺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특히 코로나로 타격을 입었던 미국 내 항공·여행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는 시점에서 이 같은 국내 항공동맹체가 끼칠 영향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를 ‘반독점행위’로 규정하고 법적 제재에 착수한 정부의 강경한 태도로 인해 출발부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무부는 “‘노스이스트 얼라이언스’는 이들 도시의 항공교통 경쟁력을 중대하게 훼손할 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항공기 승객들에게도 중대한 손실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메리칸 항공과 제휴를 맺음으로서 제트블루의 특장점이이었던 가격경쟁력의 효과를 고객들이 누리지 못하게 된다는 취지이다.

제트블루 항공 소속 항공기가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메릭 갈랜드 미 법무장관은 이번 반독점 소송과 관련해 “미국 전역에서 수백만명의 소비자들이 매일 항공기에 의존해 출퇴근을 하고 가족들을 만나거나 휴가를 떠난다”며 “공정한 경쟁은 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으로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게 해주는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갈랜드 장관은 그러면서 “미국 국내선 항공의 80%를 4개 항공사가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아메리칸 항공과 제트블루의 제휴는 향후 기업간 통합으로 가려는 전례없는 술책”이라고도 말했다. 그가 말한 4개 항공사는 미국 항공업계의 ‘빅4′로 불리는 델타·아메리칸·유나이티드·사우스웨스트 항공을 말한다. 법무부는 제트블루가 대형항공사 아메리칸 항공과의 제휴가 이대로 진행될 경우 저비용 항공사의 특장점이 사라지면서 비행기 삯은 올라가고, 가격 선택권은 줄어들고, 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제휴를 표방하지만 사실상 인수합병이나 다름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두 회사간 ‘노스이스턴 얼라이언스’에 적용되는 공항은 보스턴 로건공항, 뉴욕의 존 F 케네디공항·라과디아공항·뉴어크 리버티공항 등이다. 두 항공사는 노선계획, 항공사별 노선 배분, 투입 비행기 기종 결정 등 운항의 전 과정에 대해 협력하게 된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두 항공사는 해당 구간에서 나오는 수입을 공유하고, 상대방 회사에 대해서는 기존의 인센티브도 폐지키로 했다는 것이다. 게이트와 이착륙허가 등 운항 전반 사항도 공유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이런 전례없는 협력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가격 인상과 선택권 축소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메릭 갈랜드 미 법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미 법무부는 과거 아메리칸 항공이 현행법상 외국 항공사의 인수·합병이 불가능하자, 조인트 벤처라는 형식으로 덩치를 키워온 점을 주목하면서 이번 ‘노스이스트 얼라이언스’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트블루는 그동안 저비용을 특장점으로 내세워 치열한 미국 항공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왔으며, 이로 인해 ‘제트블루효과’라는 말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법무부는 “아메리칸 항공과 제트블루간 ‘노스이스트 얼라이언스’는 미 전역의 항공기 승객에게 수천만 달러의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추산했다. 또한 제휴 선언 전까지 보스턴~뉴욕 구간은 두 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했던 구간인만큼 소비자들이 입는 피해가 클 것으로 전망했다. 아메리칸 항공은 본사가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있으며 2019년 기준으로 연간 수송객은 2억1500만명에 이른다. 뉴욕주 롱아일랜드 시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제트블루는 같은 해 기준으로 4200만명을 실어날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