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문 중 “중국의 공세적 외교는 당연하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도마에 오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연일 친중·친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정 장관은 23일(현지시각) 뉴욕 한국 유엔대표부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전날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대담 때 한 자신의 발언이 문제된 데 대해 “‘외교부 장관이 중국 대변인’이라는 보도는 공정하지 못하다. 서운하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미국·한국·호주·일본을 ‘반중(反中) 블록’으로 전제하고 질문한 데 대해 본인은 “국가 간 블록 자체가 냉전 시대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을 뿐이란 것이다. 정 장관은 “어떤 국가 블록이 특정 국가를 겨냥하면 안 된다. 내가 미국에 왔다고 해서 그런 얘기도 못하나”라고 반문했으며, “국제 관계도 이제 민주화되고 있다”고도 했다.
중국이 고분고분하지 않은 주변국을 몰아붙이고 위협하는 ‘늑대 외교’를 벌이는 데 대해서도, 정 장관은 “자기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는 공세적(assertive) 외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전날 발언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중국이 강압적(coercive)이라고 여러 나라가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아직 우리에게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국 사드 배치 보복과 동북공정, 김치 종주국 논란 등 한국 안보와 역사·문화 잠식 시도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정 장관은 또 이번 유엔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관계나 국제사회 현실과 동떨어진 ‘종전 선언’을 제안한 데 대해 “지난 68년간 정전협정 상태를 유지한 게 정상은 아니다. 역사상 그런 적이 없다”며 “종전 선언은 평화 협정으로 가는 첫째 관문이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평화로 가겠다는 의지의 선언인데 (미국이)그것도 못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북 간 불가침 협약도 맺었다. 또 종전 선언을 해도 주한미군과 유엔사 지위에도 아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아직도 이런 요구가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건 우리 국민에겐 정당하지 않은(unfair) 상황”이라고도 했다.
북한의 군사 도발과 인권 유린으로 인해 유엔 등의 대북 제재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미국 등 강대국이 한반도 평화를 틀어막고 있다’는 것은 북한의 논리다. 정 장관은 이번 우리 정부의 제안에 북한마저 “허상, 종잇장”이라고 무시한 데 대해서도 “북한은 ‘정전 협정이 과연 될까’ 하는 불확실성 때문에 그렇게 얘기한 것”이라며 “산발적 반응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정 장관은 문 대통령의 종전 선언 제안 대상자가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으로 확대된 데 대해 “중국 측 왕이 외교부장이 최근 서울에 왔을 때 얘기했다. 처음부터 되게 적극적이더라”고 말해, 종전 선언 제안을 중국이 적극 지지했다고 전했다. 정 장관은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친북·친중이라는 고정 관념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정부가 어마어마하게 (대북)국방력을 강화했는데 국민들의 인지가 낮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