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현지 시각)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두고 “전략적 실패”라고 말한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이 상원 의원들을 상대로 한 비공개 브리핑에서 실패 원인을 국무부로 돌렸다고 미 언론 악시오스가 29일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국무부를 탓하는 밀리 의장의 발언은 청문회 때보다 훨씬 직설적이었다”고 했다.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밀리 의장은 비공개 브리핑에서 “국무부 관료들이 카불 공항에서의 (미국인들 및 아프간 협력자들에 대한) 대피 작전을 지시하는 데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대피 명령이 더 빨리 이뤄졌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추가 검토가 필요한 질문”이라고 했다.
이날 비공개 브리핑에서 민주당 소속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이 ‘이번 철군으로 얻은 교훈이 무엇이냐’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묻자, 밀리 의장은 이에 끼어들어 “민간인들에 대한 구출 작전이 빨리 진행됐었어야 한다”고도 했다.
밀리 의장이 ‘국무부 탓’을 한 것은 민간인들의 대피는 미 국무부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민간인들의 대피를 일컫는 ‘비전투원 소개명령’(NEO, Noncombatant Evacuation Operation)은 국무부에서 하달한다. 대피 작전 자체는 군이 주도하지만 지시는 국무부에서 내려오는 것이다. 국무부가 이 명령을 늦게 내리는 바람에 미국인들 및 아프간 협력자들의 대피 작전이 원할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악시오스는 “의원들은 위험에 처한 수천 명의 아프간 협력자들을 대피시키지 못한데다가 자국민들까지 남기고 떠난 바이든 행정부의 혼란스러운 아프가니스탄 탈출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며 “밀리 의장의 비공개 브리핑 발언 내용으로 블링컨 국무장관의 수행능력에 대한 (의회의) 정밀 조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의 발언은) 국방부와 국무부간 깊은 분열을 보여준다”며 “(밀리 의장 등 청문회에 참석한) 군 수뇌부들은 국방부와 국무부간 의견 차이가 있다고 인정했다”고 했다.
밀리 의장은 전날 청문회에서 아프간에서의 비전투원 철수는 성과를 거뒀지만, “탈레반이 카불에서 집권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아프간전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군 완전 철수에 반대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껄끄러워할 수 있는 발언을 공개 석상에서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