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초기 13개월 동안 대북 정책을 수립한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4일(현지 시각) “(북한에 대한 전략과 관련) 여전히 ‘최대의 압박’ 전략이 가장 승산이 있다고 본다”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제재 완화’ 주장을 비판했다. 그는 2017년 2월~2018년 4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했다.
퇴임 후 워싱턴DC의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에 일본 석좌로 있는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이날 연구소에서 소수의 한·미·일 기자들과 현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최근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낼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란 질문이 나오자 그는 “어이쿠(gosh)…”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작년 9월 발간한 자신의 회고록 ‘전장(Battlegrounds): 자유세계를 수호하기 위한 싸움’의 북한 관련 챕터 제목이 ‘미친 짓의 정의’란 점을 거론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아인슈타인이 말했다고 알려진 인용구에 따르면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결과가 다르기를 기대하면 미친 짓”이라며 “북한과 관련해 ‘미친 짓’의 정의는 그저 대화를 시작하는 특권을 누리려고 북한에 양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미국이 제재 완화 같은 양보를 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주장이 ‘미친 짓’이란 것이다.
그는 “과거를 보면 이는 북한과 길고 좌절스러운 대화로 이어질 뿐 실질적 (비핵화) 성공의 전망은 거의 없다”며 “지쳐서 북한에 양보하고 또 양보해도 현재 상태를 ‘뉴 노멀’로 고정시키면서 아주 큰 경제적 보상을 해주는 아주 약한 합의에 그쳤다”고 했다. 또 “그러고 나면 (북한은) 즉각 합의를 깨고 또다시 도발과 양보의 순환을 시작했다”며 “가장 승산이 있는 것은 ‘최대의 압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고록 ‘전장’에서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정의용 현 외교부 장관과 사드 배치, 대북 정책 등에 관한 한·미 간 이견을 논의했던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책에서 미국과 한국 정부가 북한 위협에 대처할 것인지를 두고 대부분의 경우에 얼마나 어긋났는지 밝혔다”고 말했다.
“당신의 카운터파트였던 정 장관이 미국이 제재 완화라는 대북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다시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하고 싶나”라고 묻자,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것(제재 완화 주장)은 결실을 낳지 못할 것이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당(민주당)은 이것(대북 제재 완화)을 오랫동안 요청해 왔다”며 “이는 (북한) 정권의 성격에 대한 비현실적 추정에 바탕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여전히 ‘적화통일’을 원하고 있는데, 북한을 우호적으로 대하면 북한 정권도 점차 변화할 것이란 생각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취지였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한·미, 한·일 간의 이견과 갈등을 “가족 간의 다툼(family disputes)”으로 표현하며 “우리가 단합된 목소리를 내야 최선의 대북 억지력을 내고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더 노력하도록 하는 좋은 유인책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관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한·일 갈등은) 중국 공산당이 이간질하려 할 기회를 더 많이 열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